<기자회견문> 지금 여기 인권의 약속,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존엄하다” 오늘은 세계인권선언이 세상에 외쳐진지 72년이 되는 날이다. 세계인권선언은 두 번의 세계대전이 만들어낸 참혹함과 폐허를 반성하며 인간의 존엄을 세우기 위한 약속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72년 전, 세계인권선의 외침으로 인권의 약속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선언 이후 폭력과 차별, 불평등에 맞서 수많은 민중들의 행동과 실천이 있었기에 인권은 보편의 약속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세계인권선언은 얼마만큼 실현되었는가. 72년 전 유엔 총회에서 선포된 세계인권선언의 1조와 2조를 다시 읽어본다.
– 제1조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 제2조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다.
‘존엄’과 ‘평등’, ‘차별금지’는 인권의 약속의 기초이기에 선언에도 가장 먼저 등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가치를 말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확인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기 인권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평등사회의 출발점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더는 늦어져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투쟁을 통해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실현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 법률 대부분이 특정 사유에 의한 차별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고용 등 한정된 영역에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가 아닌 다양한 면으로 구성된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고, 차별과 혐오의 문제 역시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포괄적인 차별금지 사유를 담고 있지만 구제 수단은 권고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의 포괄적인 차별의 경험을 온전하게 다루면서 효과적인 구제 및 예방을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더욱이 세계인권선언 72주년을 맞이한 오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광범위한 차별과 혐오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차별과 혐오의 문제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우리 사회의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외국인을 향하던 혐오는 곧 특정 집단과 지역, 개인으로 옮겨졌다. 누구도 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감염된 ‘사람’의 정체성이 문제인 것처럼 비난과 혐오의 낙인찍기가 반복되었다. 재난상황에서 대응의 대상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으로 바뀌었다. ‘감염과 완치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보다 양성이란 이유로 주변의 비난을 받을 것이 두렵다’는 코로나19 인식조사 결과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은 계속되고 있지만 차별과 혐오에 대한 사회적 방역이 작동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평등해야 안전하다”는 가치를 다시 외친다. 차별과 혐오의 낙인의 두려움 때문에 누군가 아픔을 드러내지 못하고 감염병에 걸린 채 치료받지 못한다면, 모두의 건강에 위험, 보건의 위협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두려움 없이 이야기하고 검사하고 치료받는 분위기여야 사회가 안전할 수 있다. 차별과 혐오의 폭력의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코로나19 시대의 ‘민생’이다. 우리와 이웃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나중에’가 아닌 바로 ‘지금 여기’에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오늘, 세계인권선언은 미사여구 속에서 기념되는 것이 아닌 우리 삶과 사회에 단단하게 뿌리 내리는 약속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와 이웃의 안전과 삶이 차별과 혐오라는 폭력으로부터 위협받지 않도록 문재인 정부와 21대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통해 차별과 혐오를 방치하는 코로나19 ‘이전’으로의 회귀가 아닌 존엄과 평등, 차별금지가 보장되는 ‘다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여기 인권의 약속,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2020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72주년 차별금지법제정 전북행동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