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와 익산시는 총체적 인권침해 시설
전북보성원과 덕암 즉각 폐쇄하고, 탈시설 지원대책 마련하라!!
올해 초 익산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전북보성원 산하 장애인 시설에서 장애인 폭행 등의 학대 사건이 보도되었다. 전북 보성원이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시설에서 한 명,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세 명의 장애인이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사건 보고 이후 익산시는 ‘시설장 교체’와 ‘가해자 퇴사 조치’로 할 일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사건 보도 직후 전북보성원은 이사회를 열어 새 시설장 채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법인 이사회의록을 보면 시설장 교체 이유인 장애인 학대 사건에 관한 논의도 입장도 찾을 수 없다. 그 흔한 사과문조차 홈페이지에 게시되지 않았다. 사건 보도 이후 100여일이 지난 지금, 시설장은 바뀌었지만 전(前)시설장었던 권모씨는 법인이사장 자리를 유지하며 여전히 시설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전라북도는 권모씨가 시설장이 아니기 때문에 법인이 잘못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한다.
2008년 대한민국도 비준한 UN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 탈시설 권리를 명시하고, 지속적으로 시설화를 방지할 것, 소규모주거시설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시설을 폐쇄할 것,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자립적생활 및 지역사회에 동참)에 대한 해석 지침을 일반논평 제5호로 2017년 발표했다.
위원회의 ‘자립적 생활’의 정의에 따르면 장애를 가진 개인이 자신의 삶에 관하여 선택과 통제를 수행하고 삶에 관한 모든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모든 수단을 제공 받음을 의미한다. 또한 ‘자립적 주거형태‘와 관련해서는 ’특정 생활 형태와 주거 형태로 인하여 개인의 선택과 자율성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백 명 이상 거주하는 대규모 시설도, 5~8명이 사는 작은 그롭홈도, 심지어는 혼자 사는 집도 시설 또는 시설화의 요소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면 자립적 주거 형태로 볼수 없다’고 명시했다.
행정은 가해자들이 나갔으니 분리조치가 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가해자가 나갔으니 피해를 입은 분들은 학대 피해를 입은 곳에서 그대로 살아도 되는가? 또 다른 ‘시설’로 보내면 끝나는 것인가? 전북 보성원 산하 시설에서 학대 피해를 입은 장애인은 지금 어디에 어떻게 살고 있는가? 사건 보도 이후 100일이 넘게 지난 지금 전라북도와 익산시는 답해야 한다.
사건 보도 이후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익산시에 ‘피해 장애인만이라도 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계절이 바뀌고 100여일이 지난 지금, 피해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생활을 위한 지원은 찾아볼 수 없다.
전라북도에서는 2014년 전주자림원, 2017년 남원평화의집, 2019년 장수벧엘장애인의집, 2020년 무주하은의집 등에서 장애인학대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게 하기 위해 2021년 전라북도는 ‘장애인 탈시설 5개년계획’(‘거주시설 단계적 폐지추진’ 계획 포함)을 수립했고, 탈시설화 정책을 제도적으로 시행하겠다며 ‘전라북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가칭)도 연내 제정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바 있지만 3년째 답보상태이다. 이런 상황에 2022년 전북 보성원에서 장애인 학대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다. 익산시는 시설장을 교체한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입장인데 전라북도는 어떤 입장인가?
언론에 보도된 학대사건이 다가 아니다. 전라북도는 2022년 전북보성원 장애인권실태조사도 진행했고 조사결과에는 거주인의 선택권 및 사생활 미보장, 이성교제나 종교활동의 자유제한, 프로그램 미제공, 정서적, 언어적 폭력 확인, 더운 여름에 에어컨도 틀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권실태조사를 통해 전라북도는 보성원에서 총체적인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시설장 교체를 한 것으로 책임이 끝났다고 하고 있다. 보성원과 덕암에 있는 모든 장애인들이 피해자다. 전라북도는 법인에 응당한 책임을 물어 시설을 폐쇄하고, 피해장애인들 모두에 대한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
문제가 된 시설의 장은 그만둬도 이사장의 ‘권력’은 변함없는, 사과문 한 장 없이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가는 이사회와 시설 그리고 전라북도의 행정을 우리는 보고 있다. 전북 보성원 학대사건은 전라북도가 탈시설5개년 계획을 세운 후 첫 번째 학대 사건이고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장애인 탈시설 권리에 대한 전라북도의 진정성을 가늠할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피해자를 피해 장소에 그대로 방치하지 말라. 전라북도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계획 이제 추진할 때다.
2023년 5월 11일
전북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