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전북을 방문했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전국순회 토론회 - 전라북도 民에게 듣는다'라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대통령 당선자나 전국순회 토론회를 기획하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나 이 행사를 추진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는 분명하다. 대통령 당선자로서 지역의 다양한 소리들을 현장에서 직접 듣고, 이를 대통령으로서 설정하고 집행해야 할 향후 국정목표와 전략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자로서 국정운영 방침을 지역에 천명하는 것도 행사의 주요목적의 하나이겠지만, 더욱 긴요한 것은 현장감있는 국정운영을 위한 지역정보들을 수집하는 것일 것이다.
당선자는 지역에서 분야마다 하나의 소리만을 듣는 것으로 그 의도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다양한 소리들을 들으면서 그 속에서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 나아가서는 국가발전을 위한 진정한 소리를 걸러내는 것이 당선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의 햇볕정책 등 전임자들이 결코 이룰 수 없었던 일부 훌륭한 업적들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결정적인 국정실패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가 국민의 다양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듣는 일에 부실했던 것은 그 자신의 판단력의 흠에도 그 이유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도중에서 민중의 소리의 전달통로를 자의적으로 차단해 버리는 세력들의 전횡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 당선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이러한 뼈아픈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전라북도 지역에도 지역발전문제 또는 국가발전문제와 관련하여 그간 다양한 소리들이 공존해 왔다. 그 소리들은 때로는 자신과 다른 소리에 마음의 문을 열어 놓기도 했고, 때로는 자신의 소리만이 존재하기 위해서 다른 모든 소리들을 잠재우기 위한 치열한(더러는 치졸한)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당선자의 전라북도 방문을 앞두고 지역의 일부 뜻 있는 인사들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요청을  하였다. 지정토론자 또는 일반참석자로서, 이번 토론회에 가능한 한 다양한 지역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더 구체적으로는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의 지정토론 참여를 진지하게 요청하였다. 다행히 인수위원회가 이러한 요청에 적극 공감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요청을 전달한 인사들은 토론회의 구성이 그러한 모습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토론회 구성은 우리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지정토론자의 구성은 다양한 지역여론의 수집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전라북도는 수경 스님이나 문규현 신부를 아예 일반참석자로서도 취급하지 않았다. 이는 전라북도가 수경 스님이나 문규현 신부가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렸다는 것을 뜻한다. 토론회 참석 대상자를 전라북도가 일방적으로 선정해 버린 것이다. 우리는 전라북도가 토론회를 이러한 방식으로 이끌고 가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당선자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이런 중요한 행사를 준비하면서 전라북도가 해야 할 일은, 당선자가 다양한 (때로는 상반되는) 지역민심을 충분히 듣도록 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은 우선은 당선자의 몫이다. 전라북도의 이러한 행태는 당선자의 눈과 귀를 막는 우를 범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일부 국정실패를 당선자 역시 그대로 답습하도록 하는 처사에 불과하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전라북도는 일방적인 토론회 구성과 진행에 대해 도민 앞에 사과하라.

1.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일방적인 토론회 구성과 진행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조사하여 이를 공개하라.

1.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토론회 참석을 거부당한 지역 인사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효과적인 기회를 가능한 한 신속하게 마련하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새만금즉각중단을위한전북사람들, 천주교정의구현전주교구사제단, 전북민중연대회의(민주노총전북본부, 노동의미래를여는현장연대, 전주근로자선교상담소, 전북인권의정치학생연합, 전북여성노동자회, 인권운동젊은연대, 전북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회당전북추진위, 가톨릭노동사목노동자의집, 민주노동당전북도지부(준), 전북평화와인권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