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평생교육센터 발달장애인 인권교육을 마치고...

전북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성인들을 위한 평생교육센터가 문을 열었다. 발달장애 성인을 위한 교육기관은 전국에서 전북이 최초라고 한다. 학령기 나이인 장애아동청소년들을 위한 교육기관은 있어도 이미 학령기가 지난 성인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기관과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이미 발달장애청소년들을 만나본 경험이 있는지라 발달장애성인들은 어떨까? 라는 설레임반 두려움반 하는 마음을 가지고 디딤돌평생교육센터를 찾았다.

언제나 그렇듯 발달장애인들은 그 사람이 누군가를 헤친다고나 하지 않은 이상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느낄 수가 없다. 그래서 난 이들을 볼때 마다 모두가 자유롭고 인간답게 사는 날이 오면 그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표정이지 않을까 하는 환상에 젖기도 핮다.

처음 만남은 모르는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먼저다. 보통 자기명함을 만들어본다. 발달장애인 중에도 읽기,쓰기,그리기 등의 학습을 받은 사람들은 자기소개가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다. 그래도 자신의 의사를 표현 할수 있다면 그것을 옆에서 선생님이 받아 적기라도 하는데... 의사소통 마저 안되는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다.
인권교육이 아무리 다양한 기법을 쓰는 교육방식이라 해도 대부분은 말을 통해 뜻을 정리하고 하는데 난감하기도 하다. 이 모든 상황을 인권교육하는 내가 어떻게 해결해야 할것 같은 당위, 자만감과 인권교육이 이 사람들에 모든 상황을 떠 앉을수 있는것은 아니야 하는 회피감사이를 넘나들기도 한다.
그러다가 저 사람이 원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겠구나...라는 고민을 떠앉고 돌아오는 것이 일이기도 하다. 이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더 재미있게 교육을 풀어낼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니 인권교육활동에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번 교육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프로그램은 자기몸 그리기였다. 한 번도 그리기나 무엇인가를 써 본적이 없다는 A씨가 인권교육시간에 자신의 그림을 완성해냈다는 것이 디딤돌평생교육센터 선생님들을 놀라게 했다. 물론 A씨 자신도 뿌듯해 했고, 멀리까지 가서 그 큰그림을 코팅까지 해서 교실에 붙여 놓았다. 자신이 무엇을 완성해냈다는 경험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또 다른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되니 A씨가 다른 일도 해냈다는 소식을 들을수 있을거 같다.

또 하나 참가자들이 기억에 남는 것으로 꼽은 것은 차별 상황속에서 역할극을 통해 자기주장을 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참가자들에게 나보다 힘세고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 자기 말을 해보는 것은 어색하지만 재밌는 일이다. 사장과 직원/ 엄마와 딸/ 힘센 친구들 의 관계에서 약자의 위치에 서서 자신의 주장을 한다. 장애인들 대부분이 이런 자기주장에는 서투른데 경험도 없을뿐더러 항상 보호자에게 순종하도록 교육받아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친구들이 이 자리에 서서는 저항을 즐기는 것이었다. 비록 역할극에서는 서툴렀지만 앞으로도 자신들보다 힘쎈 사람들 앞에서 또는 자신들을 억압하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히 하는 그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왜냐면 저항은 인간의 원초적 덕목이며 저항을 모르는 사람은 행복 할수 없다.

  이번 교육을 통해 얻은 바가 많다. 그저 그냥 프로그램으로만 인식돼왔던 자기몸그리기가 A씨를 통해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인권교육을 하는데 프로그램도 중요하겠지만, 그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교육참가자들의 힘이 더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