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육적 “명예”를 지키기 위해 “처벌” 선택한 김제ㅅ고의 학생징계 처분을 즉각 취소하라!

1. 전북도교육청 홈페이지에 학교장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한 학생을 퇴학처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학생이 올린 글의 내용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연장 수업, 급식문제 등에 대한 내용이었고, 학교 측은 학생의 글 내용 중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급식에 만족하는데 우리학교는 똑같은 돈을 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이 불만족스러울 정도로 급식이 형편없고, 이는 교장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밖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학생은 학교장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학칙에 의거해 허위사실 유포 행위’로 결정해 퇴학처분을 내린 것이다.

2. 학생의 문제제기가 학교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 측이 ‘처벌’을 먼저 들이대 학생을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먼저 살피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런데 학교 측은 학생이 제기한 문제가 무엇인지에는 아예 눈을 감고, 그 표현을 빌미 삼아 전학이나 검정고시 응시 기회까지 박탈하는 누가 봐도 과도한 퇴학처분을 내렸다. 또 학생의 게시물이 문제가 된다면 퇴학처분이라는 징계를 결정하기 전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깨달을 수 있는 충분한 교육적 과정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은 물론이거니와 학부모와의 상의조차 생략되었다. 학교의 ‘명예’라는 이름으로 문제제기한 학생에게 학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처벌’을 먼저 들이대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비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인 처사이다.

3. 또 이번 사건은 학생이 스스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학교의 모든 문제에 대해 전혀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어쩌면 유일한 통로일 수 있는 인터넷에서조차 자신의 말할 권리를 봉쇄당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제13조),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스럽게 표시한 권리를 보장하고, 연령과 성숙도에 따라 정당하게 비중이 부여되어야 한다(제12조)고 명시하고 있다.
또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학칙으로 인해 학생의 권리가 제한됨을 우려, 의사결정과정에 능동적인 참여를 보장하고 학칙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2003년)

4. 학생들의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않고 있는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학생에 대한 반인권적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8년 전북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청와대에 글을 올렸다가 학교로부터 무기정학 처분을 받아 사회적인 비판을 받고 징계를 취소한 사건이 있었다. 또 지난 2003년 서울시 교육청 홈페이지에 학교의 문제를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학생을 퇴학시켰다가 범시민대책위가 꾸려지고, 학생들이 함께 투쟁을 벌인 결과 학생이 다시 학교로 복학했던 일이 있었다.
이번 김제ㅅ고도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내린 위의 경우와 똑같은 사건으로 아직도 우리의 학교는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수직적인 질서가 자리하고 있고, 그 안에서 학생의 말할 권리는 원천봉쇄 되어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98년의 학생의 인권은, 2003년의 학생의 인권은, 그리고 2005년 지금의 학생의 인권은 여전히 제자리라는 것이다.

5. 전북평화와인권연대는 ‘교육’은 없고, 비교육적 ‘명예’만을 중시해 학생을 처벌한 김제ㅅ고를 규탄하며, 학교 측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학생 징계를 취소할 것을 요구한다.
현재 도교육청은 “하루만에 글을 삭제했기 때문에 학교 측에 큰 부담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황 상 학교 측이 과했다” 정도의 미온적 태도만을 보여주고 있다. 도교육청은 수수방관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데 나서야 할 것이다.

2005년 9월 27일 화요일
전북평화와인권연대(대표:문규현,김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