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헌법재판소는 개인정보결정권을 지킬 의지가 있는가

헌법재판소는 21일 졸업생의 이름, 생년월일, 졸업일자 정보를
교육정보시스템에 보유하는 행위가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냈다. 또한 ‘고2 이하에 대하여는 정보화위원회에서 최종방침을 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교무.학사, 입(진)학, 보건 3개 영역에 대하여 일선교사가 수기로
하되, 학교실정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 C/S(학교단위별 분산연계시스템),
교육정보시스템 등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선택하여 사용’하도록 한 부분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지난 2003년 4월 16일, 민주노동당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이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및 서울시교육감으로 하여금 학생·학부모·졸업생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에 대한 정보파일을 보유하도록 한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또한, 2003년 6월 1일, 교육부장관은 `고교 2년생
이하에 대해 정보화위원회 최종방침이 정해질 때까지 교무·학사, 입·진학,
보건 등 3개 영역에 대해 일선 교사가 수기로 하되 학교실정에 따라
교육정보시스템 등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시행지침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이 지침에 반대하는 시민 1984인이 교육정보시스템 자체에
개인정보가 수록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하는 데다 교육부장관이
학교장에게 교육정보시스템 시행을 허락한 것도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교육정보시스템 전체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교육정보시스템이 개인정보 중 졸업생의 이름, 생년월일, 졸업일자
정보를 보유한 행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을 교육정보시스템(NEIS)에 대한 합리화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26일의 전국민지문날인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이은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과연
헌법과 기본권을 수호하는 기관으로서의 자질이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헌법재판소가 판결문에도 적시하고 있는 것처럼 '헌법 제10조 제1문, 제17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함에 있어서는 개인정보의
수집·보관·이용 등의 주체, 목적, 대상 및 범위 등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그 법률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헌법재판소는 이
부분이 개인정보의 종류와 성격, 정보처리의 방식과 내용 등에 따라 수권법률의
명확성 요구의 정도는 달라진다고 하고 있지만, 그 기준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판단을 내리고 있다.
판결문은 '졸업생 관련 제 증명의 발급이라는 소관 민원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함에 필요하다고 보아 개인의 인격에 밀접히 연관된 민감한 정보라고 보기
어려운 졸업생의 성명, 생년월일 및 졸업일자만을 교육정보시스템(NEIS)에
보유하는 행위'는 보유정보의 성격과 양, 보유목적의 비침해성에 비추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소수의견에도 제시되어 있는 바, '해당 정보는 개인의 민감한 학력정보를
나타내고 있을'뿐만 아니라, 과거에 졸업증명서 발급 등 해당 업무를 무난하게
처리해왔음을 고려한다면, 인권 침해에도 불구하고 교육정보시스템(NEIS)와
같은 고도로 집중화된 시스템에 개인정보를 집적해야할 근거를 찾기 힘들다.
지난 5월 26일 내려진 내려진 '열손가락 지문날인 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서도 보여진 바와 같이, 무엇보다도 개인정보의 민감성과
수권법률의 명확성 요구의 정도를 판단하는 헌법재판소의 기준이 인권보다는
효율성에 치우쳐져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근거가 제시되어 있지 않은 단순하고 추상적인 판단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또한, 양 판단에서 모두 인용되고 있는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이
여전히 국가기관의 국민정보 남용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이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업다.

헌법재판소가 개인의 민감한 개인정보와 그렇지 않은 개인정보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교육정보시스템의 운영과 졸업증명서 발급이 개인의
자기정보결정권을 제한하면서까지 획득하여야 할 공공성을 갖고 있는가,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고 해당 업무를 진행하는 방안은 없는가, 왜 헌법재판소는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보다는 기존 시스템의 고수나
효율성만을 내세우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답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마저도 확대해석 하여, 국가기관이
자기정보결정권을 침해하려는 일을 시도한다면 이에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다.

2005년 7월 22일

NEIS 반대와 정보인권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교수노조,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교육운동연대회의, 노동자의 힘,
노동조합기업경영분석연구소,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중의료연합, 불교인권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새사회연대, 서울교육포럼, 아이두넷, 안산노동인권센터, 우리스쿨,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의꿈너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중고등학생연합, 전국학생연대회의,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정보공유연대 IPLeft,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교육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의힘,
추모단체연대회의, 평화인권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함께하는시민행동, NCC인권위원회, 이상 48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