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일자리박람회’’ 개최에 부쳐
- 여성노동의 불안정화와 여성차별을 부추기는 노무현정권의 여성 일자리정책을 비판한다!


서울시가 여성의 사회참여와 경제활동 활성화를 위해 6월30일부터 7월1일까지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개최하는 `2005 여성일자리 박람회'에서는 5개 여성발전센터와 15개 여성인력개발센터가 참여하는 가운데 디자인, 기획, 마케팅, 화장품, 보험업 등 분야의 300개 업체가 참가해 모두 3천여 명의 여성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실업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특히 여성 실업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는 이때에 일자리 박람회를 통해 취업의 기회가 열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몇 년간 여성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이번 ‘‘여성일자리박람회’’ 역시 여성 실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수박 겉핥기식 전시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출범 전부터 소위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실업과 일자리 문제에 관심을 보이며 특히 노인?여성층에 대한 대책은 계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형편이지만, 그 내막을 보면 그렇지 못하다. 이는 현재 사회적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는 각종 사업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지난해와 올해를 이어 “실버채용 박람회”나 ‘‘여성일자리박람회’’와 같은 형태로 이 같은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실업 정책은 노동시장구조를 배제한 ‘고용안정’보다는 비정규직 양산, 임금의 격차확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책으로 그 중에서도 특히 여성 실업 정책은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억압구조를 심화시키며 노동시장의 차별적 요소를 그대로 승계하여 여성노동의 불안정화를 부축이고, 소위 핑크 칼라라고 불리는 성차별적인 여성직종으로의 편입을 그대로 승인하고 있다. 여성 일자리의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를 늘리는 문제로 국한되서는 안된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은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지만, 그 질적인 면에서 보면 현저히 낮다. 특히나 비정규직화가 가속화되는 현실에서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이란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항상 가사노동을 함께 해야하는 여성노동자의 조건을 고려한다는 취지로 여성노동에는 변형시간근로제, 단시간근로제를 도입하는 등의 여성노동은 비정규직 노동이 적합하다는 이데올로기와 함께 진행되어 왔다. 또한 노무현 정권에서는 공공의 영역으로 담보해야 할 부분을 사회로 끌어내면서 국가가 책임은 지지 않고 민간이나 NGO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여기에 보살핌 노동 역시 사회 밖으로 이끌어내기는 하나 시장화의 방식이거나 이를 통한 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유인하여 실업, 복지, 보살핌노동의 사회화 등을 해결하는 듯한 기만적인 양상을 띤다.

가부장제로 인해 부불노동이며 동시에 봉사로서 간주되는 보살핌노동·가사노동의 ‘강제된 주체’ 로서 여성을 의무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해결로 공공성의 강화의 방식으로 나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시장화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노동에 종사하는 대다수 여성노동자들을 불안정노동으로 전락시키는 효과를 불러 일으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더욱 문제는 소위 편중된 여성직종으로 여성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여성노동 시장은 주로 서비스 근로자 및 상점과 시장판매자 (38.8%), 사무근로자(16.0%), 단순노무자(14.0%)로 나타난다. 이는 결국 저임금, 저숙련, 비정규직에 여성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번 여성일자리 박람회에서 보이는 여성 일자리 같은 경우에 디자인, 기획, 마케팅, 화장품, 보험업, 간병, 학습지 교사 등 서비스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여성일자리박람회’’에서는 채용 뿐 아니라 창업, 교육의 마당까지 마련하고 있지만, IMF 시기 여성실업 구제책에서도 드러났던 문제처럼 소위 핑크칼라라 불리는 여성 직종으로의 편중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이를 통해 시장 내 성차별적 임금구조가 그대로 재현되어 나타날 소지가 매우 크다.

이처럼 노무현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유지되어온 직장과 가사의 양립의 정책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여성인력의 활용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일자리’ 방안이나 여성인력 채용을 통해 나타나고 있으며, 이번 ‘‘여성일자리박람회’’ 역시 여성의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오래 전부터 안고 온 문제들을 재차 반복하며 여성의 이중 고통은 물론 여성노동의 불안정화를 더욱 가속시킬 뿐이다. 따라서 여성 노동의 불안정화와 성차별적 여성노동시장 구조를 가속화하는 의도 속에 진행되는 ‘‘여성일자리박람회’’는 기만적이다.


2005. 7. 1

2005 세계여성행진과 함께 빈곤과 폭력에 저항하는 여성행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