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호법 폐지와 관련한 법률가 선언
사회보호법은 1980년 신군부의 집권과정에서 계엄포고 13호에 의거 실행된 ‘삼청교육’과 이들에 대한 보호감호처분 등을 위해 국회가 아닌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된 법으로, 그동안 사회보호라는 미명 아래 사회 부적응자에 대한 장기간의 사회격리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져 왔다.
이러한 반인권적인 사회보호법이 국가인권위원회의 폐지 권고, 뒤이은 정부와 집권당의 폐지 결정으로 인하여 뒤늦게나마 폐지될 순간이 목전에 있다. 그러나 사회보호법 폐지와 관련하여 논의되고 있는 법무부의 의견을 살펴보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보호감호제도의 폐지와 관련하여 법무부는 현재 보호감호 집행 중인 자와 보호감호가 병과되어 대기 중인 자에 대해 경과규정을 두어 보호감호를 집행하고 보호감호 대상 상습범에 대하여 법정형을 강화하는 법안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보호감호제가 중심인 사회보호법이 어떠한 이유로 폐지될 운명에 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보호감호제를 담고 있는 사회보호법을 폐지하고자 하는 이유는 이 제도가 누범과 상습범에 대한 재사회화와 사회보호라는 목적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사회방위의 목적으로 사실상 이중처벌을 하는 것이고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수용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위헌적인 제도를 폐지하는 것임에도 사회적 혼란과 형평성을 근거로 경과규정을 두어 사회보호법 폐지 이후에도 보호감호를 실시하겠다는 발상은 자가당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보호감호를 계속하여 실시하는 것이 아니고 보호관찰 등과 같은 다른 방안을 모색하여야 하는 문제이다.
또한 우리 형법 및 특별형법의 법정형 수준이 다른 나라들에 비하여 이미 가혹할 정도로 높은 수준임을 고려할 때에 법정형을 강화하는 중형주의 형벌정책은 반인권국가로 나가고자 하는 것 다름 아니다.
한편 사회보호법 폐지와 동시에 법무부에서 도입하려 하고 있는 보호치료에관한법률안은 현재 사회보호법상의 수용기간의 제한이 없는 절대적 부정기형인 치료감호제도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다.
부정기형으로 하는 것은 치료시설에의 수용도 인신의 구속이라는 점에서 형의 집행과 다르지 아니하고, 필요 이상의 장기구금이 제한 없이 허용될 수 있어 헌법상 원칙인 보안처분법정주의에 반할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대상자에 대한 중대한 인권침해이다. 또한 불필요한 장기수용을 허용하여 대상자들의 치료와 사회복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치료감호가 과거 범죄행위에 대한 징벌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자의 치료와 보호에 중점이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수용기간의 제한을 설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권이 하위법에 의하여 침해되는 위헌적인 법치국가에서 벗어나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위와 같은 최소한의 조치들을 정부와 국회는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2005.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