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호법 폐지, 6월 국회를 넘겨서는 안 된다.
 
국회에서의 사회보호법 폐지 논의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4반세기동안 치욕스런 인권유린의 상징으로 남아있던 사회보호법이 드디어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또, 보호감호제와 함께 사회보호법에 함께 규정되었던 치료감호제도의 반인권적 요소들 역시 새로운 법률의 제정을 통해 전반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하는 시기에 와있다. 우리는 그동안 정치현안에 밀려 차일피일 미루어져 왔던 사회보호법 폐지가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 인권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역사적인 사회보호법의 폐지를 눈앞에 둔 지금, 그동안 사회 각계각층의 끊임없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반인권적 제도인 사회보호법 존치론자들이 또 다시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 인권단체들은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사회보호법이 폐지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촉구하면서, '사회보호법 폐지의 올바른 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먼저 보호감호제와 관련하여, 이 제도의 사실상 존치를 의미하는 어떠한 시도도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보호감호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현재 청송보호감호소에 수용되어 있는 피보호감호자들과 형벌에 보호감호가 병과되어 교도소에 복역 중인 수형자들에 대해서는 기존의 보호감호를 그대로 집행하겠다고 하는 발상은 용납할 수가 없다. 만일 그대로 집행하게 된다면, 사회보호법이 폐지된다고 해도 청송보호감호소와 보호감호제도는 최소 10년 이상 존치되게 되는 기형적인 법 집행이 이루어지게 된다.
 
보호감호제 폐지는 인류문명에 반하는 반인권적 제도에 대한 반성이며, 인권국가로 나아가는 최소한의 조치에 불과한 것이다. 이 법의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얼토당토않은 형사정책 운운하면서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을 현혹시키지 말고, 인권의 눈으로 범죄자의 재사회화와 진정한 사회방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보호감호제는 즉시, 무조건 폐지되어야 하며 사실상의 존치를 위한 어떠한 기도도 없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치료감호제도와 관련하여, 치료감호제도를 그대로 가져와 법의 이름만을 바꾸어 제정하려고 하는 법무부의 무성의하고, 반인권적인 태도를 경계한다. 현재 법무부의 법안은 그동안 치료감호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의료인들과 법조인, 인권단체들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한 채, 명칭만을 치료감호에서 '보호치료'로 바꾸고 제도의 기본적 틀에 대해서는 어떠한 개혁도 거부한다는 참으로 뻔뻔스러운 안이다. 법무부는 말로만 '치료'를 말하지만, 실제 치료보호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 대한 '수용'에만 관심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법무부는 치료보호기간의 상한을 설정하지 않는 '부정기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현재의 공주 치료감호소를 지금과 똑같이 운영하겠다는 고집을 굽히지 않고 있다.
 
치료감호제도는 보호감호제도와 함께, 감호집행의 기간을 제한하지 않는 부정기형의 문제, 가종료 등에 대한 비전문적인 판단기준, 폐쇄적인 감호소 운영 등으로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며, 그 반인권성에 대한 많은 지적을 받아온 제도이다. 법무부 등이 기본적으로 운영 시스템자체에서 커다란 수준차이가 있는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사례를 들어 부정기형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외국의 집행현실을 잘 알 수 없는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 어떤 선진국에서 국민을 '치료'라는 이름으로 수용하여 20년 가까이 가두어 둔다는 말인가? 그 나라들에서는 얼마나 세심하게 수용자들의 상태를 살피고, 엄격한 기준에 의해 치료를 중심에 두고 집행을 하고 종료를 결정하는가에 대해 알고 있다면, 우리의 치료감호가 그들의 것과 똑같다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시민사회가 제기한 치료감호의 개선점 중 가장 핵심인 '부정기형의 폐지'는 반드시 법제정의 우선원칙이 되어야 한다. 사회보호법의 폐지를 계기로 치료기간의 상한을 설정하여 국제사회에서 금지하고 있는 '절대적 부정기형'을 없애고, 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사법적' 판단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지금 당장 실현해야 할 인권의 마지노선이다.
 
긴 시간 소모적인 논쟁과 법무부 등의 시간 끌기가 계속되는 사이, 감호는 계속 선고되어 왔다. 인권유린의 참담한 역사가 그동안에도 되풀이되었던 것이다. 보호감호제의 폐지와 치료감호제의 전반적인 개혁을 통한 새로운 법률의 제정은, 각 당의 당리당약에 의해 결정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17대 국회는 더 이상 이 부끄러운 보호감호제와 치료감호제에 미련을 두지 말고, 6월 임시국회에서 사회보호법을 반드시 폐지하고, 부정기형을 배제한 치료보호법의 제정을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할 것이다.

2005. 6. 21.
인권단체연석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