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해당 학교와 도교육청 등의 관에 보낸 지문인식기에 대한 의견서


청소년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학교 급식시설의 지문인식기 운영은
즉각 중단되어야 합니다!


전라북도 내 일부 중․고등학교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급식시설에 지문인식기를 설치․운영해 오고 있어 학생들의 정보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권교육과 실천의 요람이어야 할 학교 현장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런 일입니다.  

○ 지문인식기 도입 배경의 문제
최근 지문인식기를 도입한 각 중․고등학교에서는 학교 급식시설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부당행위가 늘고 있으며, 학생증 역시 분실 위험이 많아 효율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서 지문인식기라는 방법을 도입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학교 현장의 생활지도상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합니다.
  그러나 지문은 개인의 침해할 수 없는 고유한 생체정보이며,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 행위입니다. 학교 당국이 제시하는 급식 시설 관리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학교 당국의 별도의 행정적 노력을 통해 효과적인 방안들을 세워야 하는 것 입니다.

○ 법률적 문제 (일반적 수준에서)
개인의 지문은 홍채 등과 같이 사람마다 다른 고유한 개인의 신체 정보로 이를 개시(開示)할 경우 해당 정보주체의 정보인권을 위협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치주의 원칙상 그 취득․저장․전달․이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문인식기를 설치한 문제의 학교들은 법적 근거 없이 학생들에게 지문날인을 받고, 현재까지 밥을 먹을 때마다 지문날인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인권에 위배되는 행위로서 헌법이 정하고 있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 입니다.( 4월1일 국가인권위원회 공공도선관 CCTV설치 관련 권고안 참조) 또한 최소한 민법상의 불법행위책임(사립학교의 경우) 또는 국가배상법상의 국가배상책임(국․공립학교의 경우)을 져야합니다.

○ 청소년 인권의 문제
학교 당국자들은 지문감식기로 인해 정보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성장도상의 인격체인 청소년이라는 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한국 정부가 1992년에 비준했던 UN아동청소년권리조약은 청소년이 조약에 명시된 권리의 주체임을 명확히 하고 있고(제1조), 청소년의 사생활에 대한 권리와 이를 보호받을 권리(제16조)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의 권리를 보장하고 보호하는 데 있어서 국가와 사회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급식시설 운영의 편익을 위해서라면 교육의 또 다른 주체인 학생들의 인권은 얼마든지 무시해도 좋다는 의식,  학생들은 인권의 주체가 될 수 없고, 오로지 어른들의 관리와 통제의 객체에 불과하다는 의식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합니다.

○ 교육을 다시 생각하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과 인재양성이 사회발전과 미래의 근본초석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그러나 운영과 관리의 효율성만을 생각하며 아무 거리낌 없이 학생들의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이번 사태는 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어둡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전개됐던 지난 NEIS 반대 싸움은 개인 정보인권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환기시키고 인식시키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번 지문인식기 운영 또한 학교 운영자들과 교사 및 학생 학부모들의 정보인권에 대한 인식 부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에게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학교 급식시설 지문인식기 운영을 즉각 중단하고 이를 철거해야 마땅합니다.

이에 귀교가 앞장서서 지문인식기 운영을 중단하고 철거할 것과 지문인식기 시스템에 저장된 학생들의 정보를 삭제할 것을 정중하게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