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유령 휴대폰’ 노동자 위치추적,
그 진실과 배후는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삼성이란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노동자들, 또 삼성과 관련이 있는 이들의 핸드폰이 본인도 모르게 누군가에 의해 불법 복제돼 위치를 추적당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해왔다는 사실에 우리는 충격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위치정보는 프라이버시 중에서도 가장 은밀한 사생활에 관한 정보로서, 고도로 보호되어야 할 중요한 인권의 영역인데, 누군가가 다른 사람들의 위치정보를 24시간 추적해 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중대한 인권침해인 것이다. 이번 사건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첨단기술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누군가가 당신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있을지 모르니 지금 당장 위치추적확인 서비스에 가입돼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말할 정도로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더욱이 사망한 사람의 핸드폰번호까지 이용하였고, 불법복제 핸드폰 소지자와 위치추적핸드폰 소지자가 동일인이 아니라는 점은 이번 사건이 일반인 아닌 전문가에 의해, 적어도 2명 이상에 의해서,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되고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개인정보에 관한 보호는 중요한 인권문제이며, 개인 정보에 관한 수집, 유출은 오직 본인의 동의 하에서, 본인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개인정보에 관한 자기통제권’은 중요한 인권의 원칙이다.
우리는 이번 위치추적 사건이 개인의 사생활을 의도적으로 감시하기 위하여 치밀하게 계획하고 조직한 중대 범죄행위임을 분명히 지적하면서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그리고 어떠한 방법으로 핸드폰을 불법복제 하여 개인생활을 감시하였는지에 대하여 수사기관이 철저하게 조사하여 그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또한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삼성SDI 직원들이며, 해고자, 산재사고로 사망한 직원의 부인 등 삼성기업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이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피해자들 중 적어도 삼성SDI수원공장 노동자 3명은 동일한 핸드폰으로 위치추적을 당해왔으며, 이들이 퇴근이후 화합을 가진 날에 위치추적이 집중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피해자들의 대부분이 삼성 노조결성에 적극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이들이며, 삼성SDI울산공장과 수원공장에서 동시에 위치추적이 이루어졌진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는 또한 불법 복제폰을 이용해서 발신을 할 때의 기지국이 대부분 삼성 SDI 수원공장이 있는 지역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우리는 삼성이 노동자들의 노조결성과 관련된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하여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 계획적으로 위치를 추적해왔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 수원공장이 광주 등 다른 지역과 해외로 공장 이전을 추진하면서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최근 2~3개월에 걸쳐 집중 감시됐다는 사실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삼성기업 내에서 노조를 만들려는 시도가 수차례 있었고, 사측에서 온갖 방법으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면서 노조결성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제기를 받아왔다.
만약 이번 사건이 삼성기업과 연관돼 있다면, 이는 기업이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을 감시, 통제하고 있으며, 결국에는 삼성의 무노조신화의 실체가 이같은 치밀한 방법을 통하여 노동조합의 결성 등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탄압하는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근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이러한 의구심에 대해 한점의 의혹이 없도록 밝힐 것과 삼성측도 손가락으로 해를 가리려는 노력을 벌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모든 사실을 드러낼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또한 만약 삼성이 위치추적에 개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에 대한 철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이를 위해 사회시민, 정보통신, 인권, 법률 단체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더 나아가 공동대책기구를 구성하여 정보인권 사수와 노동자 감시, 노동통제 분쇄를 위한 적극적인 실천을 전개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진실이 조속히 밝혀지고 그 책임단위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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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