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22일(목), 삼보일배 56일째, 맑은 날


어제 오후 삼보일배 도중에 쓰러지신 수경 스님은 의식을 완전히 찾으셨고, 말씀도 하실 수 있지만 몸은 여전히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이고, 여전히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십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단순한 탈수나 탈진의 정도를 넘어, 장기간 격렬한 고행으로 인해 몸에서 근육세포가 죽어 빠져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스님 연세에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삼보일배는 절대로 다시 하지 마시고 최소한 일주일은 입원하셔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시지만 스님께서는 내일 휠체어를 타신채라도 삼보일배 행렬에 함께 하겠다고 강력하게 의사를 밝히셨습니다. 진행팀과 주변에서는 좀 더 쉬셔야 한다고 만류했지만, 내일 아침부터 스님은 다시 순례단에 합류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젯밤에 조계종 총무원장이신 법장 스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병원에 다녀가셨는데, 그러다보니 수경 스님께서는 쉬시지 못하고 자정이 다된 늦은 밤에야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병원에 누워 계셔 마음이 편치 않으신지 새벽에도 일찍 일어나셨다고 합니다. 다행히 오늘은 방문객을 완전히 차단하여 오후에는 잠을 주무시며 쉬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나머지 순례단은 과천 관문체육공원에서 스님의 상태를 지켜보며 내일 있을 서울 입성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밀린 잠도 자고, 목욕과 빨래 등을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곳에도 하루 종일 끊임없이 손님들이 오셨는데, 전북 익산 황등교당 안자은 교무님과 오영숙 수녀님, 생명과 영성 목회실천회 목사님들, 전북 김제 요촌성당 김진용 신부님, 민주노동당 천영세·김혜경 부대표님과 실무자들, 과천환경연합 송학선 의장님과 실무자들, 생명회의 전재경 박사님 등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습니다.

민주노동당 당직자님들은 아침에 청와대 앞에 가보았더니 전교조와 노동계, 환경연합 등에서 각각 다른 사안으로 집회를 하고 있더라시며,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었지만 이제는 '대통령 위기 관리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겠다고 현정부의 개혁 상실에 대해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이 땅에서는 국민 노릇 하기도 참 힘듭니다."





한편, 새만금갯벌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에 대해 천영세 부대표님은 "이제까지는 성직자들이 대장정의 고행으로 서울 문턱까지 왔으니, 그 마지막은 이제부터는 모든 민주세력과 시민사회단체에서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민주노동당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하셨습니다.

이렇게 오늘 하루는 쉬었고, 몸과 마음을 정비한 순례단은 내일부터 삼보일배 순례를 계속할 것입니다. 오전 9시에 과천 관문체육공원을 출발하여 10시가 조금 지나면 남태령을 넘어 서울로 들어갈 것입니다.  

오늘 아침은 관악산 연주암, 점심은 과천 별양동성당, 저녁은 과천민회에서 각각 준비해주셨습니다. 도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정리 : 마용운)


※지금 전북 부안군 계화도에서는 지역주민 고은식님께서 홀로 삼보일배를 하고계십니다. 지난 5월 7일부터 시작한 계화도의 삼보일배에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  http://nongbalge.or.kr


※오늘 온 길 : 휴식 (0km / 새만금 해창갯벌에서 286.3km)

※앞으로 갈 길 :  경기도 과천시 관문체육공원 - 남태령 - 서울 사당동 - 서울대 입구(5월 23일) - 보라매공원 앞(5월 24일) - 여의도(5월 25∼28일) - 신촌 - 아현동(5월 29일) - 서울역 - 명동(5월 31일) - 조계사 - 광화문 - 시청(5월 31일)
<일정은 날씨를 비롯한 여러 사정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생명과 조화의 땅 새만금갯벌을 파괴하는 방조제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새만금갯벌과 온 세상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순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