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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괴롭힘과 성희롱 인정되도 처벌은 안된다?

오리온과 노동부, 더불어민주당은

청년노동자 죽음에 응답하라!

오리온 익산공장 서지현 청년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지 벌써 백일이 넘었다. 오리온은 사건 처음부터 확인할 길이 없는 자체조사를 하고 유가족과 언론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 보수적인 노동부 조사 결과에서조차 지난 6월 27일 업무상 괴롭힘과 언어적 성희롱이 일부 인정됐다. 6월 18일부터 현재까지 익산3공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까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오리온의 입장은 여전히 고인의 죽음이 개인적 죽음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던 기존 주장에서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

거짓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고,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없다. 오리온은 괴롭힘이 지금까지 없었다고 주장해오며 고인의 죽음 또한 개인적 죽음이라고 주장해왔다. 더 이상 늦어선 안된다. 유가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공식화하라. 벌써 백일이 흘렀다. 이런 기대마저 무너지면 ‘행복한 직원이 많아야 행복한 회사’라는 오리온 그룹의 경영철학은 공염불이다. 우리는 만약 사측이 끝내 대화에 나서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회 대응은 물론 시민들의 요구인 오리온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논의를 통해 현실화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한편, 노동부는 지난 6월 27일 유가족과 시민모임이 고인에 대한 직장괴롭힘과 성희롱을 고발한 사안에 대해 괴롭힘과 성희롱이 일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인이 직장괴롭힘을 호소한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마당에 노동부가 이를 인정하면서도 처벌은 할 수 없다며 손을 씻은 것이다. 노동부와 구멍투성이 법제도 속에 피해자와 유가족만 남았다. 우리는 참담한 마음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괴롭힘과 성희롱은 피해를 당해도 신고하는 것 자체부터 노동자에겐 쉬운 일이 아니고, 설사 조직 내 압박을 견뎌가며 신고하더라도 인정되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희롱과 괴롭힘은 인정되더라도 변변한 처벌조항 하나 없다는 법제도의 한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 하나?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이 지난 6월 18일 늦게나마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간 점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특별근로감독과 관계 없이 실효성 있게 법제도를 개정해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노동부의 존재 이유다. 우리는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지켜볼 것이다.

직장괴롭힘 문제는 단순히 특정지역과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괴롭힘 법의 문제점은 다양한 각도로 지적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도 촉구한다. 지난 5월 20일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이경은 국회에서 “오리온의 사과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하 방지법)의 맹점을 철저히 정비해 법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 발표를 했다. 소극적인 노동부를 이끌고 돌아오는 7월에 1주년을 맞는 방지법을 바르게 개정해야 노동자들이 별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노동자들의 삶이 재벌의 거짓과 실효성 없는 제도로 죽음과 가까워진다면 정상적인 국가는 아니다. 이제, 오리온과 노동부 그리고 집권여당에게 청년노동자의 죽음에 응답할 것을 요구한다.

-노동부도 인정했다! 오리온은 직장괴롭힘 재발방지대책 마련하고 유가족에게 사과하라!

-고용노동부와 정치권은 허울뿐인 직장괴롭힘 법 개정하고 안전한 일터 보장하라!

20.06.29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