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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근로복지공단은 직장괴롭힘으로 세상을 떠난

고 서지현님의 산재신청을 조속히 승인해주십시오

고 서지현님이 세상을 떠난지 3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고인은 유서에 ‘오리온은 사람다닐 곳이 아니’고, ‘그만 괴롭히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길새도 없이 분노해야 했습니다. 회사의 대응이 비상식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측 관계자들은 장례과정에 찾아와 유가족에게 퇴사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유서 등 증거자료를 사진으로 찍어 갔을 뿐, 진정어린 사과 한 마디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또 고인 사망 이후 보름도 안되는 짧은 기간동안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체 조사 후 결과를 내놓으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고인은 숨지기 얼마 전인 2월 말경 관리자가 시말서 작성을 업무 외 시간에 반복적으로 강요당했고, 평소 사내 연애를 빌미로 해 관리자와 선임노동자들로부터 ‘개인 사진이 담긴 sns를 내려라’, ‘남자 꼬신다’ 등 업무와 상관 없는 폭언으로 고통받아왔습니다. 이러한 괴롭힘으로 극도로 위축됐던 고인은 죽기 직전 말할 사람 하나 없는 근무 편성조 이동 이후 죽고 싶다는 말을 남겼고 끝내 사망하였습니다. 사측은 자체조사 결과 어떠한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고인이 남성 관리자에게 각각 성희롱까지 당했다는 진술마저 등장했습니다. 고인은 유서뿐만 아니라 생전에 지속적으로 유가족과 지인들에게 이와 같은 부당한 조직문화와 괴롭힘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왔습니다.

최근 고 서지현님의 사건을 비롯해 우리 사회에서 직장 내 갑질ㆍ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넘실거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안타까운 죽음을 방지해야 할 직장괴롭힘 법과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은 현장에서 무력합니다. 현행 직장괴롭힘 조항은 불이익 처우가 없는 한 변변한 처벌조차 어렵고, 5인미만 사업장ㆍ간접 고용ㆍ사용자 직접 괴롭힘의 경우에는 신고 자체가 사실상 봉쇄되어있으며 취업규칙에 관련 조항을 넣기만 하면 사실상 그 이상의 괴롭힘 예방 의무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직장 괴롭힘 사업장에 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 한 바 있지만, 이 또한 고인의 사건에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고인의 죽음은 직장괴롭힘으로 인한 사망이며 산재입니다. 우리는 오늘 근로복지공단에 고인의 조속한 산재 승인을 촉구합니다. 더불어 오리온이 지금이라도 유가족과의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고인의 산재가 인정되고, 직장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의 곁에서 최선을 다해 활동할 것입니다.

20.06.10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준)

200609_기자회견_오리온_직장괴롭힘_사망_청년노동자_산재신청_기자회견444.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