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성인지감수성과 인권의식을 외면하는 사단법인 인권누리의 사과와 자성을 촉구합니다!

2016년 12월, 전북지역에서는 당시 전북도청의 인권팀장으로 일하던 소위 ‘인권전문가’라는 이의 성폭력이 이슈화되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준강간 사건으로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으나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인해 항고와 재정신청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와중, 2018년 2월에 서지현 검사의 미투가 있었고, 전북지역에서도 문화예술계 미투가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 3월에는 교육계 미투가 이어졌는데, 전북대 졸업생이 SNS를 통해 전북대 ‘인권의 이해’ 수업 강사였던 전**에 의한 미투를 외쳤습니다. 피해자의 미투에 따르면 2013년도에 당시 강사인 전씨가 반복해서 언어적 성희롱을 자행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미투 이후 전씨가 우월적 직위를 이용해 전북대의 다른 학생들과도 사적으로 만나고, 학생이 원치 않음에도 손을 잡았다는 일 등이 연이어 알려졌습니다.

이에 2018년 전북대 미투 이후, 전북지역의 학생들과 여성·시민단체의 규탄이 이어졌습니다. 비슷한 시기 사단법인 인권누리 및 전북인권교육센터는 과거 전씨가 단체의 대표자였음을 밝히며, 미투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해당되는 인물을 제명 처리하고, 향후 우리 단체와 어떠한 활동도 함께 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인권누리는 2018년도에 자신이 밝혔던 입장을 불과 4년도 되지 않은 이 시점에 스스로 무너뜨렸습니다. 인권누리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성폭력가해당사자인 전씨가 운영위원장으로 버젓이 표기된 것입니다. 또한 2021년 인권누리의 사업 홍보 담당자로 전씨의 연락처가 안내되고 행사를 진행했다는 것도 다른 시민들의 제보로 알려졌습니다.

수많은 이들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가해자가 2016년 사건 및 2018년 미투에 대한 아무런 사과와 언급도 하지 않은 채 인권활동을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외치는 인권의 가치와 어긋나는 일입니다.

또한 우리는 인권누리의 행보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북대 미투 등을 통해 인권침해 가해자로 문제제기 받았던 이를 제명하고 어떤 활동도 하지 않겠다는 공개적인 입장을 철회한 것은 인권누리가 성인지감수성과 인권감수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더 나아가 2018년도 당시에 전씨를 회원 제명 처리 및 활동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 진정성 없는 것임을 스스로 선언한 것과 같습니다.

인권누리는 이미 2016년 성폭력사건 당시에도 사건 대응에 있어 1차적으로 이뤄져야하는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예방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당시 사건을 인지한 인권누리(전북인권교육센터)의 전주인권영화제 관계자가 피해자의 고소 사실을 전씨에게 전달하거나 가해자를 위한 탄원서를 받는 등의 2차 가해가 있었습니다. 이후에도 제대로 된 사건해결을 위한 절차와 과정도 없이 전주인권영화제를 재추진하려 해서 지역시민사회의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모든 이들의 인권은 존중받아야 하나, 가해자의 인권을 위해 피해자의 인권침해 사안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입니다. 인권단체가 사회적으로 지켜가야 할 역할과 원칙을 훼손한 것입니다.

다른 시민사회에서도 성폭력사건과 해결과정 중에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못하며, 2차 피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감추기 보다는 공개하고 시민사회의 성인지감수성과 인권의식을 재정립하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서도 시민단체에서 피해자 지원정보가 유출되는 문제가 발생할 때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던 사례도 있습니다. 그에 반해 인권누리가 자신들이 밝혔던 약속을 깨트리고 반인권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권력형 성폭력에 있어서는, 그 분야에서 퇴출해야합니다. 의료계라면 의료인으로서 자격을 유지하지 못하게 해야 하며, 사회복지계라면 사회복지인으로서, 종교계는 종교인으로서의 활동을 이어가지 않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성폭력이 일어난 분야에서 가해자가 가진 위치 자체가 권력의 자리이기에 그 자리를 이전과 다름없이 유지하게 하는 것이 부당하며 성평등을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인권누리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으며 인권분야 사업을 하고 인권교육을 한다면 그것은 인권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2018년의 미투와 그동안 성폭력 없는 사회를 위해 싸운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지자체 역시 이러한 문제를 묵과하고 예산을 지원한다면 지역주민의 인권을 증진시킬 책임과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우리는 성인지감수성과 인권의식을 외면하는 인권누리의 사과와 자성을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2022. 4. 27.

(사)성폭력예방치료센터, (사)전주여성의전화, 민주노총전북본부, 언니들의병원놀이, 전교조전북지부여성위원회, 전북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단체연합,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정의당전북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