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학교 및 기숙사에서의 휴대전화 일괄 수거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국가인권위 권고를 환영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16일, 김제지평선고등학교에 대해 기숙사 및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전화 소지 및 사용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및 통신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생활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우리는 인권위의 이 같은 상식적인 결정을 환영하며 학교 측이 즉시 권고를 수용해 문제점을 개선하길 바란다. 또한 전라북도교육청이 지평선고등학교 뿐 아니라 전라북도 내의 학교 현장에서 학생의 통신의 자유가 보장되도록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그동안 지평선고등 학생들은 교내 일과 시간과 기숙사 내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하거나 사용할 수 없어 심각하게 통신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었다. 이에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이뤄진 학생생활규정개정위원회에서 전자기기 및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개정된 생활규정의 제30조는 기존의 등교시 휴대전화 일괄 수거 규정을 개정하여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경우 언제든 꺼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실제 실행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등교 시에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수거하여 교무실에 보관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소지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엄연히 전북학생인권조례의 취지 및 헌법과 인권의 원칙에 반하는 규정이며 조치였다.
진정인인 총 16명의 지평선고 학생들은 학교에 의한 통신의 자유를 침해당했으며, 전라북도교육감이 학생인권 침해에 대한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권이 침해되었다는 요지의 진정을 2021년에 국가인권위에 제출했다. 이에 인권위는 학생에 대한 일괄적인 휴대전화 수거와 휴대전화 사용 전면 제한은 과도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 점, 전라북도학생인권조례 제13조(사생활의 자유) 제 4항은 ‘학교의 장은 학생의 휴대전화기, 그밖에 전자기기의 소지 자체를 금지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평선고는 진정 처리 과정에서 학생인권조례에 근거한 절차에 따라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개정된 규정을 근거로 휴대전화를 일괄수거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불균형한 학교 권력 관계 내에서 여전히 학생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사례도 빈번하다. 또한 어떠한 절차라도 헌법과 인권 보장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훼손하며 이뤄질 수는 없다.
지평선고만이 아니다. 도내 다수의 학교의 생활규정개정 과정에서 학생이 휴대전화 소지 등의 분야에서 학생인권 관점의 안을 제출하더라도 학생인권조례의 원칙에 못 미치는 안이 생활규정이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학생들의 인권의식이 높아진 반면, 학교 운영에서의 발언권 보장이나 과정에 대한 안내 등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인권위가 “일괄적으로 휴대전화를 수거하고 그 사용을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피진정학교의 행위는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짚어낸 점은 의미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인권위가 전라북도교육감에 대한 진정을 기각한 점은 아쉬운 지점이다. 인권위는 도교육청이 휴대전화 항목에 관한 도내 학교 생활규정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개정을 권고하였다는 것을 근거로 진정을 기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적지 않은 학교에서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적인 규제를 정당한 절차에 따라 만들었다고 하거나, 실제 규정의 바깥에서 학생인권을 제약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도교육청이 학생인권 보장을 위해 규정 조사 및 권고 외에 더 많은 정책을 시행할 책임이 있다. 지평선고의 경우에도 학생들이 일부 시간이라도 자율적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휴대전화 일괄 수거 등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시행되었다.
앞으로 개정 절차 상의 엄격함을 다시 세우고 반인권적 생활규정의 난립을 막기 위해서는 첫째,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학생인권센터의 모니터링 기능을 현재보다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며, 사후 모니터링을 위한 정보공개의 강화가 필요하다. 둘째, 규정개정심의위원들이 기본적 인권소양을 담보할 수 있도록 개정 절차에 위원들에 대한 인권교육을 포함해야 한다. 셋째, 규정개정심의위원회 구성에 있어서, 학교 내 구성원 간의 권력관계를 고려하여 학생 위원의 비율을 기존의 40%를 넘어 그 이상으로 구성하는 것을 적극 권고해야 한다.
우리는 진정 대상이었던 지평선고를 비롯해 여전히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하고 사용을 제약하는 도내의 많은 학교들이 인권위의 권고를 참고하여 규정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개정 과정에서 학생의 참여와 인권의 원칙이 지켜지는 등 학교 문화 전반에 대한 성찰과 개선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전북교육청 역시 이번 권고를 계기로 학교 관리자 및 교사들의 인식 개선 등 학생인권보장을 위한 인권행정에 더욱 적극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22. 2. 16.
성평등한 청소년 인권실현을 위한 전북시민연대(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개정 전 (2020년 학생생활규정) | 개정 후 (2021년 학생생활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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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조(전자기기 관리) 교내에서는 다음 각 호와 같은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① 휴대전화는 귀교 시에 교무실 보관함에 보관하고, 귀가 시에 받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수업 등 교육 활동이나 식사시간, 방과후학교 등 시간에 자치활동 등을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꺼내서 사용하고 바로 다시 보관함에 보관한다. ② 전산실 사용은 교육 활동을 위해서 우선적으로 사용하며, 교육 활동 외에는 학생회 전산부의 관리 하에 운영한다. ③ 교내 각종 정보통신 기자재를 아끼고 관리를 철저히 한다. ④ 휴대전화를 제외한 노트북, 태블릿, 전자책, 전자사전 등 액정화면형 전자기기는 08:30 이후 교무실 보관함에서 받아 가서 스스로 사용․관리하고, 일과가 끝나고 기숙사로 들어가기 전에 다시 보관함에 보관한다. ⑤ 위4호에서 언급한 전자기기가 학습이나 진로 계발에 필요하다고 교사회가 인정한 학생에 한해서 기숙사 사용을 허가하되 교사회가 제시한 조건을 어길 시에 다시 반납하여 보관한다. ⑥ 반복적이고 상습적으로 전자기기를 규정에 맞지 않게 사용한 학생은 단계적으로 징계 조치할 수 있다. |
제30조【전자기기 사용】 ① 수업 등 교육 활동이나 식사시간, 방과후학교 등 시간에 자치활동 등을 위해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꺼내서 사용하고 바로 다시 보관함에 보관한다. ② 수업시간동안 휴대전화는 교무실에 보관한다. ③ 휴대전화를 포함한 전자기기를 사용할 때는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한다. ④ 교사는 교육활동 시간에 전자기기를 작동시키거나 사용한 학생에게 전자기기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학생은 그 요구에 따라야 한다. ⑤ 학생이 제1항의 규정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교사가 주의를 줄 수 있으며, 학생이 주의를 3회 받으면 정규 교육활동 시간에 한해 5일 이내에서 해당 전자기기를 보관 조치할 수 있다. ⑥ 제4항의 보관 조치가 3회 이상일 때 또는 학생이 전자기기 제출을 거부했을 때는 학생생활교육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할 수 있다. ⑦ 고사(시험)기간 동안 전자기기는 등교할 때 담임교사에게 제출해야 하며, 고사(시험) 중 전자기기를 지니고 있거나 사용하면 부정행위로 처리한다. ⑧ 휴대전화를 제외한 노트북, 태블릿, 전자책, 전자사전 등 액정화면형 전자기기는 08:30 이후 교무실 보관함에서 받아 가서 스스로 사용․관리하고, 일과가 끝나고 기숙사로 들어가기 전에 다시 보관함에 보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