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우리도, 한가위만 같기를 바랍니다.
내일 모레, 가족의 따스함과 이웃 사이의 정을 확인할 수 있는 민족의 대 명절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그러나 작년부터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펜데믹과 비정규직 체제, 소득불평등에 더해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자산불평등의 심화, 근로기준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대체공휴일법 등 각종 법으로부터 소외된 5인 미만 사업장 등 노동자 민중의 고통은 날이 갈수록 깊어져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와 같은 문제들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아니, 도리어 노동자 민중의 삶을 더욱 궁핍으로 내몰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사회계의 원안에서 한참 후퇴된 채로 공포되었고, 같은 법 시행령 역시 자본과 정부의 입맛에 맞게 누더기로 기워지고 있다. 국정농단의 주범 중 하나인 이재용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 하 가석방심사위원회를 통해 풀려나게 되었지만, 7·3 노동자 대회를 통해 노동자 민중의 고충을 호소했던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연행되었다.
전라북도에서는 전북도청 청소·시설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후 하락한 처우를 회복하기 위해 3년째 투쟁중이나,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노동조합의 간부 청사 출입 제한, 조합 전임자 활동 추적 등 청사 내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탄압을 계속해왔다. 송하진 전북도지사의 불통은 노동조합만을 향하지 않았다. ‘무주하은의집’장애인 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모든 농민에게 공익수당을 지급하라는 농민의 외침도, 새만금 해수를 유통하라는 전북도민들의 요구도 모조리 무시로 일관 중이다.
노동탄압·도민무시로 일관하는 사람이 도지사로 있는 지방자치단체라 그런지 전라북도 이곳 저곳에서 노조파괴와 부당노동행위가 버젓이 횡행한다. 익산의 현대필터산업에서는 회장과 사장이 승진을 미끼로 사원들과 공모하여 어용노조를 설립해 노동파괴공작을 일삼고 있고, 현대자동차 전주 금암대리점에서는 자동차 판매노동자 9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해 현재 6여년째 복직 투쟁 중에 있다. 군산에서는 건설노조 항만분회장이 노동조건 개선과 함께 시민안전에 위해가 되는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자 분회장에게 구두로 계약해지한 일도 있다. 또한, 전주의 토우, HNC 같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민간위탁 사업장에서는 노동자가 민주노조에 가입하였다는 이유로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해고, 징계, 갑질 및 폭언 욕설 등을 일삼고도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으며, 시청에 직접 고용된 청소노동자들과 달리 일부는 민간위탁 사업장 용역 노동자로 차별을 받으며 벌써 4년째, 현재는 전주 시청 앞에 천막을 쳐놓고 직접 고용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도내 직장괴롭힘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괴롭힘 피해자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장수 무진장 축산농협 직장괴롭힘 피해자는 직장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보복해고를 당했고, 정읍 산림조합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공개적인 비방이 이뤄지고 있다. 노동존중이 사라진 전라북도의 현재 모습이 이렇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고픈 가족의 손 대신 피켓을 쥐고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요구를 들어 달라, 우리의 사정을 이해해 달라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전북민중행동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지역본부는 이들의 편에 서겠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비정규 노동자, 민간위탁 노동자, 해고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도 누릴 수 있는 차별 없는 한가위를, 노동이 존중받는 전라북도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2021년 9월 16일
전북민중행동·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북지역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