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성명] 이주민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사실을 호도하며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 이용호 의원을 규탄한다!

이용호 국회의원(남원·임실·순창)은 지난 9월 21일 ‘중국인 1명이 건강보험 30억 혜택!’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의원은 해당 자료에서 건강보험공단이 지난 수년간 외국인 456만명에게 3조6,621억원 보험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상 국민들의 지갑을 털어 외국인들에게 혜택을 과하게 부여하고 있어 국민들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용호 의원의 보도자료는 이주민이 건강보험제도 앞에 심각한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을 호도한 명백한 차별과 혐오 조장이다. 우리는 이용호 의원의 이주민·외국인 차별·혐오 조장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하며 즉시 사과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2019년 7월의 건강보험법 개정되며 국내에서 6개월 이상 머무는 이주민의 지역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다. 그러나 다수의 이주민이 혜택은커녕 이전보다 더 많은 보험료와 더 적은 급여를 받는 상황을 마주했다. 보험료의 차별만이 아니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미납 이주민에 대해서는 미납 3회까지는 6개월 이내 단기간 체류만을 허용하고, 4회 체납 시는 체류자격을 주지 않고 있다. 사회구성원들의 건강권을 공공성의 관점에서 보장하기 위한 건강보험제도가 사실상 징벌적 성격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대원 인정 범위 역시 내국인과 달리 이주민은 원칙적으로 개인을 하나의 세대로 보고, 예외적으로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 세대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주민 건강보험 차별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 등은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2019년 건강보험제도 변화가 개악이라고 비판하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 2019년 개정 이후의 문제점들이 연구를 통해서도 보고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용역으로 2020년에 발표된 <이주민 건강권 실태와 의료보장제도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서도 건강보험에서 이주민의 부담과 차별의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일례로 2019년 건강보험법 개정 이후에 외국 국적자가 세대주인 세대의 월평균 보험료는 전년도 대비 30.6% 인상된 반면 내국인이 세대주인 세대의 보험료 인상률은 7.1%였다는 것이다. 더욱이 2019년부터 평균보험료 이상이 부과되기 시작한 방문동거(F-1) 자격 세대의 보험료 인상률은 393.3%에 이를 정도로 대폭 증가했다고 보고되어 있다.

이용호 의원이 보도자료에서 ‘불합리한 외국인 차별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했지만, 결국 이주민 차별과 혐오의 조장으로 이어졌다. 이 의원의 보도자료에 다수의 언론들은 일제히 ‘중국인 1명이 건강보험 30억 혜택’ ‘29억원 혜택받은 중국인’ 등의 제목의 선정적인 보도를 했다. 이런 모습은 2019년 이주민들의 건강보험제도 관련 일부의 사례를 전체의 문제로 과장하고, 검증없이 “무임승차”, “먹튀”로 보도된 기사들로 인해 차별과 혐오의 인식이 조장되었던 상황과 유사하다. 이는 결국 문재인 정부가 ‘도덕적 해이 방지’를 내걸고 이주민들에겐 체류자격을 담보로 건강보험료를 대폭 인상하는 제도를 만들게 했다. 이를 감안하면 의도가 어찌되었던 이용호 의원의 이번 의정활동은 결국 악적인 차별과 혐오 조장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 의원의 발화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언론 역시 혐오 조장의 동조자로서 이주민들에게 사과해야만 할 것이다.

사회의 보편적 기준이 특정 집단에게는 정당한 이유 없이 배제되거나 반대로 엄격하게 적용될 때 우리는 그것을 차별이라고 부른다. 헌법 제37조 제2항 역시 과잉금지의 원칙을 말하고 있다. 더욱이 건강보험은 누가 아픈 사람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픈 사람 한 명을 여러 명이 함께 지원하는 것에 대한 동의에 근거한 사회 연대의 의미가 담겨있다. 일부의 예외적 사례를 부풀리고 사실을 호도하며 이용호 의원을 비롯해 국회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취약해지고 있는 이주민의 건강권이 배제되지 않는 건강보험제도를 논해야 한다.

우리는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 이용호 의원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이주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21년 9월 29일

전북민중행동,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전북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