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변희수 하사를 추모합니다.

<성 명> 故 변희수 하사를 추모합니다.

-차별과 혐오로 인한 사회적 타살, 우리의 책임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행동하겠습니다.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군 복무를 이어가려 했던 故 변희수 육군 하사의 부고가 지난 3일 전해졌다. 비정규직 교사였고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이었던 故 김기홍 활동가의 부고에 이어 보름이 채 되지 않았다. 잇따른 트랜스젠더 시민들의 부고가 우리를 비통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전해지지 않았을 또 다른 성적소수자 시민들의 비보(悲報)를 떠올린다면 비통함은 더욱 크다.

고 변희수 하사는 ‘나’로 살아가기 위한 험난하고 고된 과정을 멈추지 않았다. 변 하사는 2019년 11월 성전환 수술을 마치고 계속 군 복무를 하고자 했으나 육군은 '심신 장애3급'에 해당한다며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했다. 결국 작년 1월, 군 전역심사위는 고인에게 강제 전역을 처분했다. 이후 고인은 전역 처분의 부당함에 맞서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고 기각 결정이 되자, 지난 해 8월에 강제전역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고인의 용기에 사회적인 지지와 응원도 이어졌으며,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전원위원회를 개최하여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은 인권침해라고 결정하기도 했다.

고인이 겪어왔고 성소수자 시민들이 지금도 마주치는 차별과 혐오는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불행이 아니다. 전 사회가 함께 나서서 지금 바로 해결 과정에 나서야 하는 사회적 폭력이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폭력이 얼마나 만연해있는지를 환기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한 만19세 이상 트랜스젠더 응답자 591명 중 65.3%가 1년 동안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구직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57.1%가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구직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했으며, 방송과 언론을 통해 혐오표현을 접했다는 응답 비율도 전체 응답자의 87.3%에 이르렀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인권의 기준, 헌법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 가치를 퇴색시키는 폭력이 우리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차별금지법조차 만들지 않는 정부와 국회, 혐오를 차별을 조장하며 자양분 삼는 정치권, 그리고 이를 용인하고 외면하는 사회 또한 마찬가지다. 다양한 소수성을 불편하다며 보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교묘한 차별과 혐오 또한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시민, 보고 싶지 않은 시민을 분리하는 것 그 자체가 주권자에 대한 모욕이다”는 故 김기홍 활동가의 말처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행위다.

고인은 작년 1월 강제 전역 결정 이후 기자회견에서 “저는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군에서 저를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는 말을 남겼다. 내가 나로서 살아가고, 자신을 드러내고 긍정하며 살아가려 했던 한 사람의 바람이 아직 이뤄지지 못했지만 평등사회를 염원하는 우리가 그 뜻을 이어갈 것이다.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육군과 국방부는 고 변희수 하사에 대해 사과하고 강제전역 처분을 취소하라!

‘나중에’는 없다.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지금 당장 정부와 국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라!

차별 없는 세상을 열망했던 고인들의 용기를 우리는 잊지 않겠습니다. 평등한 세상을 위해 함께 싸우겠습니다.

2021년 3월 5일

차별과 혐오 없는 사회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 전북행동
*참가단위 (무순) : (사)생명평화마중물, (사)전북민족예술인총연합, (사)전북희망나눔재단,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전주지부, 군산여성의전화, 노동당전북도당, 민주노총전북본부, 사회변혁노동자당전북도당, 성폭력예방치료센터, 시민행동21,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언니들의병원놀이, 여성생활문화공간비비협동조합, 익산여성의전화, 익산참여연대, 전국여성노동조합전북지부,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전북기본소득당(준), 전북녹색연합 전라북도성소수자모임열린문,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전북불교네트워크,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북여성노동자회, 전북여성단체연합,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전북여성장애인연대, 전북예수살기, 전북장애인이동권연대, 전북평등학부모회,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북환경운동연합, 전주비정규노동네트워크, 전주여성의전화, 전주여성주의독서모임리본, 정의당전북도당, 진보당전북도당,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책방 토닥토닥, 페미니즘학회동행 (41개 단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