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찬영 / 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사회복지학


김대중 정권은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했고 과거와 달리 인권상황이 진일보한 측면도 있지만 인권위원회의 잡음과 비효율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고, 노동자의 구속은 오히려 김영삼 정권에 비해 40%나 늘어났다.
노무현 당선자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2항은 차별금지 항목 18개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성별, 장애, 나이에 따르는 차별과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 대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자유·평등·정의'에 직접 개입

일반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평등권이나 자유권은 국가가 개인에게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간섭이나 개입을 하지 않으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가가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국가와 개인의 관계 뿐만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대해서도 개입하겠다는 의지이다. 즉 국가의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인권보장이 아니라 적극적인 작위(作爲)에 의한 보장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단순한 부작위로 보장되지 않는 자유권이나 평등권은 대개 개인의 사회권, 특히 생존권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성별, 나이, 장애,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고용이나 삶의 기회에서 차별을 당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평등권이 배제된 것만이 아니라 생존 자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배제

따라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자유권과 평등권의 사회권화를 말해주는 것이다. 즉, 생존권 보장까지 고려한다는 진일보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차별을 배제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법이라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단순한 차별을 넘어 배제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장애나 나이에 따른 차별이 그렇다.    또 요즘 같은 취업난 시대에 지방대학 출신자는 취업전선에서 엄청난 차별 내지 배제를 당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자립 또는 자활을 도모하고자 해도 은행과 같은 금융자본으로부터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학력과 소득수준에 따르는 차별과 배제까지 포함해야 진정으로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차별금지법이 될 것이다.
또한 차별금지가 배제금지를 포함하고 더 나아가 사회권 보장까지 이르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규범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선언적인 규범으로 그치게 되어 실효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규범적 정당성과 아울러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일단 가정폭력방지법과 성폭력특별법과 같은 구조를 취해야 할 것이다.
즉, 차별과 배제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형사법규와 이것의 피해자를 보호하는 제도와 서비스에 대한 규정을 두어야 하는 것이다.   전자를 통해 국민 개인의 자유 및 평등권을 보호하고 후자의 방법을 통해 실질적인 평등권을 보장함으로써 사회권을 지키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차별행위에 대한 요건 명확해야

이를 위해서 차별금지법에서는 차별 또는 배제에 대해 비교적 명확한 구성요건을 규정해야 한다. 이것이 추상적으로 모호하게 규정되면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되며, 결과적으로는 모든 차별적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와 공익적 인사들로 구성된 차별판정위원회를 설치할 수도 있겠다. 또한 피해자 보호제도와 서비스에 대해서는 기존의 관련법률들과 연계하고 기존의 법률에 존재하지 않는 특별한 제도나 서비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인권 보장을 위한 행정네트워크 필수

이를 위해서는 기존 서비스의 전달체계와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도록 규정체계를 두어야 하고, 특별한 서비스 전달을 위해 실시기관이나 서비스 전달기관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행·재정적 효율성을 위해서는 기존법의 조직체계를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대통령 때보다는 인권상황이 진전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국민이 주는 인권상을 받을 수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