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인권조례 개정의 의미
전주시인권센터장 김병용
“인권의 불화가 행정과 만났으니 조화롭기 쉽지 않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융화하기 어렵다. 행정은 불화를 천천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하고, 시민사회는 행정의 보수성과 견고함을 만나 변화의 완급조절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만남이 결국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한 단계 나은 사회로 바꾸는 것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제3회 한국인권회의 토론장에서 다산인권센터 박 진 활동가께서 했던 말이다. 인권행정이란 무엇인가. 인권에 기반을 둔 행정이란 말이다. 국가의 공공목적을 위해 행정조직이 행하는 것을 행정이라고 하면, 인권행정은 행정의 전 과정이 인권을 지향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지방행정은 가장 기초적이며 중요한 인권행정의 실현 장소이다. 그 한 장소가 바로 전주다. 그 전주에 실제 작동되지 않고 있던 인권조례가 실질적인 발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권조례의 어떠한 내용들이 변화하는가.
먼저 ‘인권옹호관’ 운영의 근거를 마련한 점이 가장 크다 할 것이다. 전주시 인권센터에 소속되어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에 대해 접수·상담은 물론 조사, 연구활동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과거 옴부즈맨, 옴부즈퍼슨, 보호관 등의 명칭에서 최근 옹호관으로 변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현재 전주시 인권센터에는 옹호관이 센터장 포함 3명이 활동하고 있고, 행정직 공무원 2명을 합하면 인권센터는 5명의 규모이다.
두 번째는 시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필요한 사항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국내외 지방자치단체, 국제인권기구 등과 협력할 수 있는 시장의 대외기관 협력 책무를 신설하였다. 그리고 인권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하여 시민의 인권 증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때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여 개선해 나갈 것이며, 그 외에도 인권위원회의 위원 임기와 운영 규정을 개선하였고, 소위원회를 설치하여 인권위원회의 효율적인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지난 2월부터 전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원고를 작성하며 그간 업무를 돌이켜보았다. 정확히는 2월 하순부터로 기억된다. 일부 기독교단체 관계자들의 시장 면담, 시청 항의방문, 항의전화 등의 활동이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펼쳐졌다. 성평등기본조례를 양성평등조례로 개정해라! 부터 시작해서 전주시장은 성적지향의 입장을 밝혀라! 전주에서 개최하려는 퀴어문화축제를 막아라! 까지 요구하며 결과적으로 인권조례 역시 개정해서는 안된다 라는 요구로 이어졌다. 일부 관계자들 덕분에 종종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겠고, 센터 내 동료들이 전화를 받고 대답하느라 힘들어하기도 하였다. 덕분에 인권조례 개정과 관련한 전국적인 현황과 쟁점 등을 공부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지금 솔직히 고백하자면 충남의 사례를 지켜보며 속앓이를 했던 시간이기도 하다.
전주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2018. 8. 16. 일부개정)
인권조례, 전주시에서 넘실넘실 춤추기를 희망하며.
그렇게 조례가 개정되었다. 2015년 5월 11일 제정된 인권조례가 실제 작동되기까지 3년여 시간이 흘렀고, 지난 2018년 8월 16일 앞서 설명한 내용들로 개정되어 현재 전주시에 적용되고 있다. 필자는 과거 인권행정이 가능한지 고개를 갸우뚱했었다. 그리고 갸우뚱한 고개가 올바로 돌아왔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인권은 현실에서 불화하면서 발화한다.’라는 말이 있다. 비판과 협력이 가능한 인권시민사회가 있어야 지자체의 인권행정도 영향력을 가진다. 그 근거가 되는 인권조례가 우리 사는 동네에서 넘실넘실 춤추며 작동하기를 희망한다. 왜냐하면 전주시 인권행정의 성공은 제도의 힘이기도 하고, 시민사회의 힘이기 때문이다. 끝.
* 글쓴이의 자기소개 :
필자는 지난 2017년 11월 1일부터 공무원 신분으로 전주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방직 임기제 공무원입니다. 자신이 행정직 공무원인지 아니면 10년 넘게 지역에서 활동한 활동가인지 헷갈려하며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하나씩 하나씩 전주시의 인권행정을 펼치고자 노력하는
비정규직 공무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