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데스크가 불러온 변화들
2021년 MBC 전체의 국장급 23명 중 여성은 단 5명으로 20%에 불과하고 보도국 내 보직자 22명 중 여성은 단 4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언론사 여성 간부 비율은 MBC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심각한데 한국여성기자협회에서 2021년 29개 매체를 조사한 결과 국장과 부국장은 13.1%에 머무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언론사 경영과 보도 방향을 결정하는 임원진 내 성별 쏠림 현상이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수적 언론 구조에서 젠더 의제는 물론, 보도에서의 성인지감수성이 재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미투 이후 더욱 거세게 나타났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구체적 흐름들이 나타났다. 한겨레, 경향신문, 부산일보는 젠더데스크가 만들어졌고 KBS에는 <성평등센터>가 생겼다. 그리고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제신문은 젠더 담당기자가 생기면서 소수자와 여성 차별 구조 문제, 젠더 보도에 대한 고민들이 실제 기사와 보도에서 구현될 수 있는 환경들이 만들어졌다. 부산일보와 국제신문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 반면 전북지역 언론의 환경은 아직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진단이다.
전북 지역도 젠더 보도와 관련해 여러 논란을 낳았다. 2017년 전북도청 인권팀장 성폭력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수의 지역 언론사가 가해자의 말만 부각된 보도를 함으로써 성폭력의 잘못된 통념을 재생산했다는 비판이 여성계에서 거세게 나왔다. 이후 계속된 미투에서도 언론사는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거나, 피해자다움을 강조하는 보도들, 지나치게 구체적인 묘사로 피해자의 감정적인 반응을 내보낸다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전북 언론계의 성별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지역 언론에서는 기자에서 임원까지 남성 중심의 임원구조와 권력 지향적 보수화가 강화되어 있다. 이는 향후에도 의사 반영 구조에 여성들이 들어갈 확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기도 하다. 각종 위원회와 취재원, 시사프로그램 패널도 남성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전북민언련에서 분석한 2020년에서 2021년 지상파 방송 3사 시사토론 프로그램 패널 현황을 보면 남성 대 여성의 출연 비율이 약 9:1 비율을 보이고 있다. 신문사는 더 심각한데 오피니언 필진은 대다수가 남성 필진으로 채워져 있고, 여성 필진의 경우는 문화 등의 분야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독자위원회의 경우 주요 신문사 3사 평균 8:2의 성별 쏠림을 보이고 있으며 특정 언론사의 경우 2021년까지 남성 위원들로만 구성되기도 했다. 특히 한해를 결산하고 시작하는 여러 기획 보도와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젠더 의제가 발제되기도 어렵고 여성 전문가가 패널로 섭외되지도 못하는 상황이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졌다. 조직적으로 언론인·패널·위원회에 여성 비중이 일정 수준(30%, 변화 임계점이 가능한 수치) 이상을 유지하고 고위급 보직인사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로 KBS전주총국 시청자위원회에서는 지역방송사 내 젠더 전담 조직과 여성 취재원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기되기도 했는데 사측에서는 제안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지역총국의 인력과 재원 부족 문제를 풀어가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언론 데스크가 변해야 특히 지역 언론이 살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도 반영이 가능해 지역 언론의 윤리적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데스크 뿐 아니라 모든 기자에게 필요한 새로운 조직문화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다양성 구현과 합리적 평가가 가능한 제도의 변화를 위한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사회적 반항이 크지만 여전히 지역 언론은 여러 가지 한계로 기존 관행을 이어가는 한계를 보여 왔다. 주류 위주의 뉴스 가치 잣대로 사회적 약자 관련 의제를 뉴스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경향이 함께 새로운 흐름에 비판적, 기존 질서 수용적 태도가 강하다. 지역 여성 독자의 유입을 방해하고 낮은 신뢰를 형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젠더 데스크와 같은 기구를 구현하기 어렵ㄷ라면 새로운 공론장과 성평등 관점을 가진 독자층을 발굴하자는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미디어리터러시 교육도 같이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여성 운동이 여성 대안 언론을 만드는 단계로 발전한 <청주여성신문> 사례, 소수자 공론장을 형성하고자 한 충북민언련의 <다른시선> 지방선거 특별 페이지가 그러하다. 또한 옥천의 지역 잡지 <월간옥이네>는 '여성 농민', ‘여성 청소년’, ‘결혼이주여성’와 같은 의제들의 핵심의제로 등장한다. 오히려 지역에 밀착한 풀뿌리 언론이라면 간과하고 갈 수 없는 의제이기에 지속적으로 지면에 담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풀뿌리 지역 언론이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젠더데스크는 언제든 없어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의 한계를 깨기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의 특별함이 아닌, 언론계 전체가 변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젠더 데스크로 시작된 변화의 요구가 결과적으로 지역 언론의 조직문화 개선과 오피니언리더의 성별 쏠림 개선을 낳고, 지역 사회 자체의 다양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젠더 네트워크와 같은 지역적 힘을 좀 더 고민해 보면 어떨까?
‘젠더데스크’(젠더 이슈와 관련해 편집국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접수받고 전달하며, 성인지 감수성에 기반하여 관련 기사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