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비정규직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라!
응답하라, 현대자동차!
-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고공농성 문제 해결 및 비정규직 정규직화 촉구 성명 -
일주일이 넘었다. 17일 야심한 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송전탑에 올라 15m와 20m 높이에서 몸을 묶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일주일이 넘은 것이다. 우리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탑에 올라 나무판자에 엉덩이만 걸치고 앉아 위험천만한 농성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내몬 정몽구 회장과 현대자동차를 규탄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화를 촉구한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은 2년 이상 현대차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한 최병승씨에 대해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생산되는 제조업 생산 공정은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간주된다”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자행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후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장점거 파업을 벌이며 정규직화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올해 2월 23일 대법원에서는 불법파견 최종 판결이 나왔다. 다시 한 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가 정당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비단 최 씨만이 아니라 2년 이상 사내하청으로 일한 울산과 아산을 비롯한 전주 공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는 판결이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것은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화 방안이 아니라 3쳔명 규모의 신규채용안이었다. 결국 불법이건 아니건 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할 수 없다는 마각을 다시 드러낸 것이다. 대법원 판결로 작게나마 희망의 불씨를 가지고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행위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규직화 판결을 받은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와 천의봉 노조 사무국장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정규직화를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함에도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는 어떠한가. 회사는 언론을 통해 이번 고공농성이 오히려 사태해결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하며 위협을 하고 있다. 24일 오후에 경찰이 회사내부에 들어와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을 연행한 사건에 대해 회사가 경찰에 협조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두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내몰렸음에도 이를 반성하기는커녕 뻔뻔하게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매도하고 탄압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26일에는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울산 현대차 공장을 둘러싸고 고공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공장점거의 날을 벌인다.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과 경영진은 더 큰 사회적 분노를 당면하기 전에 절박한 요구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대선후보들 역시 마찬가지다. 맨몸으로 찬 공기를 맞으며 떨리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 두 노동자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저들이 무사히 내려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현대차에 정규직화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불법파견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될 때까지 함께 연대해 갈 것이다!
2012. 10. 25 목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공동대표:문규현·송기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