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세계인권선언 63주년을 맞이하여
인권옹호자들의 연대와 투쟁으로 인권이 실종된 한국사회에 맞선다.
12월 10일은 63년 전 선포한 ‘세계인권선언’을 기념하는 날이다. 우리는 2011년 오늘 ‘세계인권선언’ 63주년을 맞이해, 그 의미를 되짚으며,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격려를 보낼 수 있는 기쁨과 연대의 시간이 되길 바랐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기쁜 날, ‘기념’을 할 수가 없다.
세계인권선언 선포를 환희에 찬 기쁨으로 표현해야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인권현실은 거꾸로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과 자본에 인권을 침해당한 수많은 이들이 여전히 거리에서 죽음을 건 투쟁을 하고 있고 속도와 경쟁에 밀려 나락의 삶으로 떨어지고 있는 수많은 민중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시름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을 앞둔 오늘 우리 앞에 놓인 인권현실을 돌아보며 가슴아파하고 있다.정부는 대학등록금, 정리해고, FTA 등 자신의 삶을 휘청거리게 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면 경찰의 물대포로 답을 한다. 국제사회가 문제라고 지적한 국가보안법으로 여전히 칼날을 휘두르며 많은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을 통한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조치들을 취하며, 검열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또한 전체 노동인구의 절반인 865만 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위에 있다는 정규직 노동자들도 정리해고 등 상시적 구조조정과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구조조정과 해고에 맞선 한진중공업, 홍익대 청소노동자와 인간다운 삶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유성기업, 현대자동차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을 진행했다. 재능교육, 콜트콜텍, 대우자동차판매노동자들의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겨울을 맞고 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는 것도 우리는 한없는 슬픔에 숨이 차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에서는 유해한 노동환경으로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KT 노동자, 철도공사 해고자가 정리해고로 인해 자살을 하는 비극을 지켜봐야 했다.
또한 소수자들의 삶은 여전히 소외와 배제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설로 내몰려지며, 품위 있는 인격체로서의 존재임을 박탈하기 일쑤며, 시설거주인의 자기결정권 또한 전혀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폭력적인 단속과 강제추방의 위협에 목숨을 걸어야하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빈곤의 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을 정상․비정상의 논리를 들이대며 그들의 삶을 전면 부정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청소년의 인권을 향상시킬 것이라 기대했던 학생인권조례도 방해받고 있다.
우리는 단지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뿐 안보라는 이유로 삶의 평화를 깨뜨리는 무기와 전쟁기지에 반대하고 있다. 그 실천으로 강정에 건설 하려는 해군기지에 맞서 싸우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고 콘크리트로 덮인 삶의 공간에 반대하며 평화롭게 자연과 공존하며 살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가 모두 하나로 엮어있음을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평화롭기를 바란다. 그것은 아프지 않고 병원비 걱정하지 않고, 빈곤의 나락에 떨어지지 않고, 직장을 잃지 않고, 차별받지 않고, 범죄와 폭력에 피해당하지 않고,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고, 살던 곳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이다. 함께 공존하고 연대하는 삶의 가치를 권력의 힘으로 억누르고 돈으로만 계산하는 사회는 우리가 원하는 사회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느끼는 사회적 위협으로부터 좀 더 평화롭게 함께 공존하고 공생하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원한다. 우리는 배제, 박탈, 분리, 차별의 장벽을 부수고, 자유, 평등, 평화, 연대의 지평을 넓힐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의 날인 오늘 우리는, 수많은 인권 옹호자들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연대의 가치를 보다 폭넓게 실천하며, 인권보장을 위한 실천적 행동을 다 할 것을 약속한다.
2011. 12. 8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