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거부선언 지지 공동 논평]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꾸려는 대학입시거부선언자들의 몸짓을 적극 지지한다

  

11월 10일, 대학수학능력평가 시험이 치러졌다. 많은 수험생들이 가슴을 졸이며 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올해에는 부디 시험 결과 때문에 목숨을 잃고 꿈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기를 기원해보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진실을 알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교육체제에서는 ‘입시 패배자’, ‘입시 낙오자’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말이다. 수능은 예년처럼 치러졌지만, 올 11월은 조금 특별했다. "대학입시거부", "대학거부"를 선언하며 지금과 같은 교육체제, 사회체제를 바꾸라고 나선 청소년들과 20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능 날에 '대학입시거부선언'을 발표하면서 경쟁교육, 주입식교육, 입시와 취업이 목표가 된 교육, 대학서열화, 학력․학벌 차별, 불안정노동 등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대학입시에 매몰된 초중등교육의 현실은 많은 청소년들을 불행으로, 때로는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학교 붕괴는 지금의 학교 교육에 청소년들이 의미도 재미도 찾지 못하고 있는 데서 기인하는 현상이다. 높은 대학 진학률은 한국의 교육 수준이 높다는 뜻이 아니라 대학이 선택이 아닌 반강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일 뿐이다. 대학교육 역시 신자유주의적 경쟁과 기업 논리, 시장 논리에 종속되어 가고 있다. 높은 교육비, 높은 청년 실업률, 불안정하고 열악한 여건의 비정규직 일자리 확산 등 우리의 교육과 노동은 공공성을 잃고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30대, 20대, 10대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소득격차,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한미 FTA 추진, 국립대 법인화와 같은 시장주의적 정책에만 골몰하고 있으며 사회안전망 구축, 인간 중심의 복지 확대에는 소극적이기만 하다.

  

지금의 사회 현실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하지만 그 당사자들이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나서기는 쉽지 않다. 그 속에서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입시에, 대학에, 더 나은 스펙에 매달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생존조차 쉽사리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 함께 용기 낼 수 있는 동료를 찾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책에 빠지거나, 동료를 탓하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입시 위주의 교육과 서열화 된 대학 체계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대학거부/대학입시거부선언자들의 등장은 필연적인 동시에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스스로 대학을 가지 않거나, 그만둠으로써 온몸으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몸짓은 2010년 3월 김예슬씨의 선언에서도 드러났고, 결국 올해에는 집단적인 대학입시거부선언, 대학거부선언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몸짓을 외면해서도, 소홀히 여겨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들은 대학입시거부선언/대학거부선언에 나선 이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이들의 몸짓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또한 우리 사회와 정부가 이들의 저항에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과 같은 교육과 노동 등 우리 사회의 총체적 난국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정책 이상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시장주의적 정책들에 브레이크를 걸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입시경쟁교육 중단, 대학서열과 학력․학벌 차별을 혁파하기 위한 대학평준화 정책과 차별금지법 등의 제정,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적 일자리 창출, 기본소득이나 공공주거 등 전면적인 복지 확대 추진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만이 성공할 수 있고 그 1%가 되기 위한 초인적 노력을 개인에게 강요하는 사회가 아니라, 99%, 100%의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 그것이 거부선언에 나선 이들의 요구이자 우리의 요구이며 시대의 요구이다.

  

  

2011년 11월 10일

  

원주어린이청소년인권센터 물방울,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운동사랑방, 인천미래노동센터,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학벌 없는 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