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일, 전라북도는 전라북도청사 시설물 사용및 운영조례 개정안(이하 도청사 운영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습니다.
입법예고된 개정안 주요내용은 도청사 광장에 대한 정의와 함께, 광장의 사용용도에 따라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지정물로 지정하면서 ‘집회및 시위’를 제한할수 있는 행위로 규정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단체는 이 도청사 운영 개정안이 민주주의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인 집회및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내용으로 판단하고 전라북도에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주요내용: 도청사 광장을 사용할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폐기할 것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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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서 및 헌법재판소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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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청사 시설물 사용 및 운영조례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법률자문: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송기춘 교수>
입법예고된 ‘전라북도청사 시설물 사용 및 운영조례 개정안’의 내용 가운데 도청사 광장을 사용할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폐기할 것을 요구합니다.
○전라북도청사 시설물 사용 및 운영조례 개정안의 내용
현재 입법예고된 전라북도청사 시설물 사용 및 운영조례 개정안(이하 ‘개정안’이라 함.)은 개정안 제3조 제5호에서 ‘건물과 조경을 제외한 청사부지’를 광장이라고 정의하고, 광장의 사용 용도에 따라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시설물로 지정(개정안 제4조 제5호)하면서 ‘집회 및 시위’를 시설물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행위로 규정(개정안 제6조 제3호)하고 있다.
이러한 조례 개정안의 취지는 도청사 앞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여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저해하는 것으로서 기본권보장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2004년 서울시의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1조에서 광장의 사용을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에만 국한하던 것과 유사하며, 이 조례가 최근 개정되어 그러한 제한이 폐지되었음을 망각한 채 오히려 구시대로 회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집회․시위의 자유
헌법에서 집회의 자유는 다른 모든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자기결정과 인격발현에 기여하는 기본권이다.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포함한다.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보호되는 주요행위는 집회의 준비 및 조직, 지휘, 참가, 집회장소, 시간의 선택까지도 포함한다. 집회를 통하여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함으로써 여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하다.
집회의 자유는 그것이 대중매체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효과적으로 그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 집회가 정부나 지배계층에 대해 항의적 의사표현을 하기 위한 집단적 권리이며 이 권리의 핵심이 정치적 항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선고, 2000헌바67,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제11조 제1호 중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부분 위헌소원 결정).
○집회․시위의 장소의 의미
집회의 목적, 내용과 집회의 장소는 일반적으로 밀접한 내적인 연관관계에 있으므로 집회의 장소에 대한 선택이 집회의 성과를 결정짓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회장소가 바로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누구나 어떤 장소에서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집회에 대한 규제
물론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제한은 필요한 정도에 비례하여 이뤄져야 하며, 과도한 제한은 금지된다(헌법 제37조 제2항). 대체로 집회의 ‘시간, 장소와 방식’에 대한 제한은 약한 제한이라 할 수 있으며, 집회의 내용에 따른 제한은 강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시간과 장소나 방식’에 대한 제한이 언제나 약한 제한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간이나 장소나 방식이 그 내용의 표현에 긴밀한 연관관계에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시간, 장소와 방식에 대한 규제는 형식에 대한 규제 같으면서도 그 실질은 내용에 따른 규제가 되기 때문이다.
○공공장소에서의 집회의 규제
도청사 광장 등 공적 장소에서의 집회는 그 집회장소가 공적 광장이라는 것을 이유로 금지될 수 있는가, 또는 허가대상으로 할 수 있는가? 이를 긍정하는 근거로는 공적 장소의 소유권자로서 정부가 시민의 공물사용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다거나, 공적 광장이 공공의 사용을 위해 오래 전부터 정부에 신탁되어 왔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도청사 광장 등 공적 광장 또는 장소는 그것이 반드시 ‘건전한 여가선용이나 문화활동, 공익적 행사’만이 아니라 공공의 사용을 위해 존재해 온 것이며, 시민들 간의 생각을 함께 나누고 공적 사안을 논의하는 장소로서의 기능도 당연히 가지는 공간이며 그만큼 다양한 시민의 의견이 표출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미국연방대법원의 판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Schneider v. New Jersey 판결(1939)에서는 혼잡방지과 주민보호를 위해 공공도로에서 전단지 배포를 금지한 LA 시 조례에 대해 ‘그러한 입법수단을 통해 얻는 이익은 민주적 제도의 유지에 매우 핵심적인 권리를 법률로 축소하는 것이며 그 위헌 여부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공적 광장에서의 개방적 의사소통‘에 대해 강한 보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판례(Hague v. Commission for Industrial Organization, 1939)에서도 정부가 질서유지를 위해 완전히 또는 자의적으로 광장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하는 정도까지 규제할 수는 없다고 하고 있다. 이 판결에서 로버츠 판사는 “거리와 공원이 어디에 있든 그것은 오랜 옛날부터 공공의 사용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되어 왔으며, 시민들 간의 생각을 소통하고 공적 사안들을 토론하는 집회의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다. 거리와 공공장소의 사용은 시민의 틱권과 면책, 권리와 자유의 일부분이다. 소통을 위해 도로와 공원을 이용할 시민의 권리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 규제될 수 있다. 그것은 상대적 권리이며 평화와 질서와 조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규제의 형식으로 박탈 또는 부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공적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규제가 필요하고 정당화되는 필수적인 주(州)의 이익을 주가 입증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연방대법원 청사 주변도로, 의회의사당 계단, 외국공관 부근 등 민주주의와 직결되는 정부기관 주변장소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더욱 강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연방대법원 청사 주변에서 ‘깃발, 현수막 또는 단체나 단체의 활동을 공개적으로 알리기 위해 고안되거나 개조된 장치의 전시’를 금지한 법률규정에 대해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공적 관장인 도로, 인도 또는 공원의 지위를 의회가 자의적으로 파괴할 수 없기 때문에 대법원 청사 앞의 인도는 공적 광장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하면서 이 법률조항을 위헌으로 판결(U.S. v. Grace, 1983)하였다. 또한 외국 공관에서 500피트(약 152M) 이내에서 게시물 전시를 금지한 워싱턴디시의 법률에 대해 ‘그 법률이 공적 광장에서 정치적 표현에 대해 내용에 근거한 규제일 경우 가장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하여야 하며,문제 되는 규정은 정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외교관에 대한 보호라는 이익을 충족시킬 정도로 엄격하게 규정되지 않았으므로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른 예로, 학기중에 학교건물 150피트(약 46m) 이내의 공공도로에서 피켓팅을 제한하면서도 예외적으로 노동쟁의와 관련된 것은 학교내에서도 허용하는 것은 표현의 내용에 근거를 둔 제한으로서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반면 학교에 인접한 장소에서의 집회에서의 소음규제 법률에 대해서는 집회 내용과 무관한 시간, 장소 및 방식에 대한 규제라는 점에서 합헌이라고 판단하기도 하였다.
이상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집회, 특히 공적 광장에서의 집회는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것이므로 단지 그것이 집회라는 이유만으로 금지되거나 규제될 수는 없는 것이고, 그 규제를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정부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주의 깊고 엄밀하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정부는 중요한 정부이익에 기여하도록 좁게 설정된 그리고 의사소통을 위한 개방적인 대안적 통로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을 경우 표현에 대한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시간, 장소 및 방식에 의한 제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청사광장에서의 집회를 규제할 수 있는가
개정안에서처럼 광장의 사용을 허가제로 하는 규정(제6조 제3호)을 두는 것은 공적 광장에서의 공론의 여지를 봉쇄하고 소수자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 다음과 같은 이유이다.
도청사 광장은 청사 개관 이래 도민의 접근이 자유로웠으며, 이 광장에서의 집회와 표현이 자유롭게 이뤄져 왔다. 공적 광장에서 공적 사안에 대해 여러 주장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본연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예 도청사 광장에서의 집회에 대해서는 이를 허가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헌법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규정(제21조 제2항)에 반하기 때문이다.
집회와 표현행위를 규제하여야 하는 필수불가결한 공적 이익이 있다면 이를 위해 일정한 정도의 집회 시간, 장소 및 방식에 대한 규제는 정당화 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 규제는 집회의 내용을 묻지 않고 오로지 집회의 시간과 장소 및 그 방식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아무런 허가의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집회에 대해서는 이를 허가제로 하고 있으며, 공익 행사나 문화활동, 여가선용과 같은 행사는 허가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실제로는 집회에 해당하나 그 내용에 따라 허가의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을 인정함으로써 사실상 내용에 따라 차별적으로 허가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실제 요즘의 집회는 과거와 달리 문화행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문화행사나 여가선용을 위한 집회도 일정한 정치적 성격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없다는 점에서 광장 사용허가가 자의적이고 차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더구나 개정안의 입법의도는 기존에 도청사 광장에서의 집회가 가져오는 여러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한 집회가 왜 이뤄져야만 하는지에 대해 귀를 막고 있는 것인지를 먼저 살펴보고 다른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때 비로소 고안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매우 안이하게 공적 광장에서의 공적 논의를 위한 주장의 기회를 봉쇄함으로써 민주주의에 중대한 저해요인을 만들고 있다. 더구나 이미 서울시에서 이와 동일한 취지의 규정에 대해 이뤄졌던 논의를 무시하고 다시금 도내에서 불필요한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도청사 광장에서의 집회를 허가제로 하는 개정안은 위헌이다
요약하자면, 개정안에서 도청사 광장에서의 집회를 금지하고 이를 허가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
첫째, 집회에 대한 허가의 금지를 규정한 헌법규정(제21조 제2항)에 반하기 때문이다. 공적 광장에서의 집회가 당연히 금지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공적 광장은 민주주의를 위해 요청되는 다양한 의견의 활발한 논의를 위한 장소이며, 이 장소에서의 집회를 규제하는 것은 그것이 필요한 필수불가결의 공적 이익이 있어야 하며, 이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집회의 내용과 무관하게 오로지 집회의 시간과 장소 및 방식에 대해서만 규제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셋째, 여가선용, 문화활동과 공익적 행사를 제외하면서도 집회를 금지하고 이에 대한 허가를 규정하는 것은 실제 그 차이가 불분명하고 집회가 문화활동 또는 공익성을 가지는 것에도 불구하고 금지됨으로써 사실상 집회의 ‘내용’에 따른 규제가 된다는 점에서 정당화되기 어렵다.
넷째, 집회는 그것이 아무리 약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정치적 내용을 담기 마련이고, 이는 집회가 표현의 다른 수단을 갖지 못한 사회적 소수자의 표현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 특히 공적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항의를 공적 광장에서 하는 것이 집회에 필수적인데 이를 금지하는 것은 소수자의 표현 자체에 대한 강한 규제이며 이를 헌법적으로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이는 가난하고 힘 없는 이의 권리에 대한 규제일 뿐이다.
이미 서울시에서 일어났던 소모적인 논쟁을 전라북도에서 재현할 필요는 없다. 경제적으로도 전국에서 하위인 전라북도에서 인권보장의 선구에 설 필요가 있다. 그것이 경제적인 부담이 없이도 삶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례 개정안은 폐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