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권적 채증과 강제적 신체검증 규탄한다!
지난 6월 22일 유성기업 앞에서 있었던 경찰과 노동자들의 충돌은 경찰의 무리한 과잉대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127명이나 되는 대규모 인원으로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편파적으로 대응해 왔다. 그날 이후로 유성기업 앞의 집회시위가 원천봉쇄 되었고 유성기업 농성장과 민주노총 충남본부는 압수수색 되었으며 대규모 출석 요구서가 남발되었다.
수사본부는 지역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으로부터도 경찰력 낭비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그런 와중에 경찰은 이제 듣도 보도 못한 ‘신체 검증’을 하겠다며 노동자들에게 오는 8월 22일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채증된 사진에서 경찰이 당사자들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면밀한 사진촬영에 응하라는 검증영장이 발부되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검증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까지 발부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집회시위 참여자를 특정하기 용이하도록 검증영장이 발부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명백한 과잉수사이며 인권침해이다. 국민의 신체에 대한 강제적 검증은 그 자체로 모멸적인 수사방식이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경찰의 식별 편의를 위해 노동자들이 줄줄이 출두하여 샅샅이 사진 촬영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경찰과 검찰의 영장 청구도, 법원의 영장 발부도 모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신체 검증은 결코 이번 한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당사자들의 사진은 앞으로도 유성 기업과 관련한 행동을 감시하는 데 계속하여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집회시위 참여를 비롯하여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행동하며 연대할 권리를 명백하게 억압하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대상이 된 유성 기업 노동자들, 그리고 그들과 연대한 이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로 그치지도 않을 것이다. 언제 또 어떤 시민이 집회 참여자를 식별한다는 명분으로 강제적인 신체검증을 받을 지 누가 알겠는가? 집회 참여자를 식별하기 위한 명분뿐이겠는가? 경찰이 검증의 대상으로 삼고 싶어 할 불법 행위는 무수히 많을 것이다. 전국 곳곳에 널려 있는 CCTV가 모든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이미 상시적으로 채증하고 있는 시대이다. 과도한 채증도 모자라 의심스럽기만 하면 누구나 경찰과 법원에 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불려나가 검증사진을 찍어야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렇게 황당한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이런 무리한 수사방식은 결국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집회시위를 억압하는 반인권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경찰의 편향적인 노동사건 수사와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채증 남발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 비판에 직면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채증 식별을 위한 신체 검증까지 강제로 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어떤 인권이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만약 이런 수사 방법이 허용된다면 경찰국가는 이미 도래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유성 기업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모든 시민들의 인권에 관한 문제이고 반드시 저지해야 할 경찰권 남용에 관련한 문제이다. 우리는 싸울 것이다. 시민사회 각계각층과 함께 연대하여 이번 사건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반인권적 채증과 강제적 신체검증 규탄한다!
2011년 8월 18일
기자회견 참석자 일동
○ 주최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인권단체연석회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유성기업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