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인권계획은 한낱 종잇조각이 아니다!

국가인권기본정책 수립을 위한 인권위 인권정책관계자협의회 민간위원을 거부하며


인권은 양도될 수도, 유보될 수도 없는 것이다. 잠시 평화를 향한 개인의 양심을 접으며, 너의 사상의 자유를 넘겨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가, 잠시 너의 주거에 대한 권리를 넘겨달라며 거리에서 잘 것을 요구할 수 있는가! 그러하기에 인권을 누릴 수 있는 사회제도와 관행을 마련하는 일은 그 사회의 가장 중요하고도 일차적인 과제이다.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실현을 위한 전 세계 인권옹호자들의 노력은 1993년 비엔나선언과 행동계획으로 모아졌고, 그 결의의 핵심은 각국 정부로 하여금 국가인권기구를 설립하고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촉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 땅에서 그 결의는 단지 종잇조각으로 변할 위험에 처해 왔다.


국가의 인권정책은 다양한 인권행위자들의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쳐서 수립되어야만 그 실효성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하기에 인권단체들은 2007년 제 1기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 이하 NAP)을 수립할 때 인권위에서 구성한 인권정책관계자협의회에 참여하며 제대로 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이 만들어지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이 무색하게 당시 정부의 주무 부서였던 법무부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인권위와 인권단체들을 배제하였고, 그 결과 ‘인권을 보장하는 정책’이 아니라 ‘인권보장을 안 해도 되는 정책’을 수립하였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심지어 그 문제 많았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조차 자료집 발간 외에는 어떠한 이행 노력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인권위는 정부의 눈치를 보며 정부의 인권침해적 행위를 오히려 옹호하는 기관으로 전락하였다. 인권위의 독립성을 흔들었던 이명박 정부가 무자격자 현병철 위원장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후 인권위의 비민주성과 불투명한 조직운영, 관료화가 더욱 심해졌으며, 이를 비판하던 직원에 대한 부당한 해고까지 자행하였다. 민간인 사찰은 외면당했고, 표현의 자유의 침해에 대한 지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최근에는 제대로 된 정책권고나 결정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인권위의 참담한 현실이다.


문제는, 인권위가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하며 무자격자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와 인권위의 독립성 수호를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데 있다. 이 점은 인권위가 언론보도에서, ICC (국가인권기구간 국제조정회의)가 ANNI (아시아국가인권기구NGO네트워크)에 보낸 서한의 내용을 왜곡한 것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인권위는 “진보 성향 단체들이 전체적인 시각을 대변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치부하였다. 인권위에 대한 비판으로 작년 말 190여개가 넘는 단체들이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인권위 자문, 전문위원 60여명이 사퇴한 것이 어찌 일부의 의견이란 말인가! 이뿐만이 아니다.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우롱하고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인권위의 오만한 태도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인권위는 인권위의 변화를 촉구하며 사퇴한 자문위원 자리에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기여하지도 않고 인권 경험도 없는 사람’을 추천해서 메워 넣었다.


또한 그동안 인권위는 2007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이 수립된 이후 정부가 제대로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지 기본적인 평가나 모니터링도 하지 않았다. 그 이행과 계획 수립을 위한 기본적인 실조사조차 없었다. 그저 정부에 끌려 다니며, 법무부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다.


이러한 인권위가 이제 와서 어떠한 성찰의 태도도 없이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들에게 제 2기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인권정책관계자 협의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하였다. 형식적인 국가인권정책 마련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그 참여를 거부한다. 우리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수립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계획이 종잇조각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거부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 거부의 몸짓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권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부나 인권위가 만든 인권정책기본계획을 비판적으로 견인해 나갈 것이다.


이제라도 인권위는 인권 관련 실태조사와 1기 NAP 평가, NAP 관련 인권위의 역할에 대한 평가, 정부 NAP 수립에 대한 평가 등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권보장을 위한 사회제도 마련은 말뿐인 계획만으로 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민간위원 참여 거부 입장 발표와 함께 제대로 된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의 수립과 그 실현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한 실천 활동도 더욱 굳세게 펼쳐 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결의한다.


2011년 6월 28일

광주인권운동센터,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난민인권센터,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다산인권센터, 민주노동자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새사회연대,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언론개혁시민연대,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인권행동, 인권단체연석회의(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광주인권운동센터,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다산인권센터, 대항지구화행동,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민주노동자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부산인권센터,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새사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HIV/AIDS인권연대나누리+,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이주인권연대, 인권교육센터‘들’,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쟁없는세상,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주노동인권센터, 평화인권연대, 한국교회인권센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DPI,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중복 제외 56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