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헌법정신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양건 감사원장 후보자는 즉각 사퇴하라!


지난 3월 9일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양건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양건 감사원장 후보자는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왜곡과 헌법의 정신을 훼손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인권단체들은 양건 감사원장 후보자가 과연 감사원장의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우려한다.

  

인권단체들은 그동안 한국의 집회시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하여 그리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오히려 제약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해왔다.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밑거름이며 사회구성원의 당연한 권리라는 인식보다는 ‘불편하거나 불법적이다’라는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정부의 태도에 있다. 그리고 정부의 이런 태도는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집회시위가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먼저 양건 후보자가 경찰이 금지해야 할 집회시위에 대해 ‘금지통고’를 할 수 있는 조항을 놓고 “사실상 허가제에 가깝다”라고 말한 것은 ‘집회시위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과 달리 현실적으로는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라는 우리의 문제제기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었다. 일단 양건 후보자는 집회시위가 경찰에 의해서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다는 현실인식은 분명히 하고 있는 듯하다. 문제는 헌법학자 출신이라는 후보자가 이런 현실이 얼마나 국민의 기본권을 훼손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며, 개선의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가 발전하면서 다양한 의사표현의 수단이 생겨나고 각각의 의미와 역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을 통해 의견을 표현할 수 있으니 집회시위를 통한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편협한 시대의식을 드러내면서 애써 집회시위의 중요성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또한 양건 후보자는 "집회시위의 허가제 자체를 위헌이라고 해석할 것이 아니다"고 말해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21조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허가제가 자체가 위헌이 아니며 자의적인 금지만 없으면 된다’는 얘기한 후보자에게 경찰에 의해 판단되어지는 집회시위가 어떻게 자의적인 금지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 경찰은 태생적으로 정부의 입장에 반할 수 없는 기관으로서의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런 경찰에게 허락을 받으라는 것은 정부의 입장에 반하는 집회시위는 불가능하며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와도 같은 것이다.

  

양건 후보자는 자신의 허가제에 대한 입장에 근거를 만들고 싶었는지 "미국에서도 집회시위는 `당국이 허용한다(permit)'고 돼있는 등 여러 선진국이 실질적으로 허가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건 후보자가 미국의 법조문은 확인해보았을 수는 있겠으나 현실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 실질적으로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위해 공권력의 사용을 최대한 제한하는 노력은 보지 못한 것인지, 안 보려는 것인지 의문이다. 일례로 미국은 단순히 허가받지 않은 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하여 강제해산할 수 없다. 기자회견만 해도 강제해산과 연행이 이루어지는 한국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처럼 후보자가 언급한 선진국들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평화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강제적인 법집행을 완화하고 경찰력을 최대한 자제하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선진국들의 실질적인 노력은 들여다보지 않은 채 선진국 운운하며 자신의 왜곡된 주장을 정당화하지 않길 바란다.

  

헌법학자로서 오랜 기간 헌법을 연구했을 후보자가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가 경찰에 의해서 훼손되는 현실에 먼저 문제제기를 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기본권을 침해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면서도 헌법을 위반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니 감사원장으로서 자격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헌법에 의해 국가 등의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담당하는 현대판 암행어사와 같은 기관이다. 이런 역할이 부여되는 사정기관의 수장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헌법정신과 민주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감찰과 법, 제도 개선을 책임져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문회라는 과정을 통해 헌법기관의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는가를 판단하고 임명하는 것이다. 다행이도 양건 후보자의 헌법기관장으로서의 자질은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인식수준을 통해 이미 청문회를 통해 드러났으니 즉각 사퇴하기를 요구한다.

  

  

  

  

2011년 3월 10일

인권단체연석회의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구속노동자후원회,광주인권운동센터,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다산인권센터,대항지구화행동,동성애자인권연대,문화연대,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주노동자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부산인권센터,불교인권위원회,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사회진보연대,새사회연대,안산노동인권센터,HIV/AIDS인권연대나누리+,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울산인권운동연대,원불교인권위원회,이주인권연대,인권교육센터‘들’,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운동사랑방,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전북평화와인권연대,전쟁없는세상,진보네트워크센터,천주교인권위원회,평화인권연대,한국교회인권센터,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한국비정규노동센터,한국DPI,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이상 전국43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