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혜 내정 철회하고 현병철 인권위원장 임명에 대해 책임져라!
- 인권위의 독립성을 흔드는 정부정책 전환과
투명하고 민주적인 인권위원 인사시스템 마련을 촉구한다.
시민사회 각계각층에서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위상에 맞는 인권위원의 인선을 위한 시민사회의 의견수렴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이다. 이번 현병철 인권위원장이 인권위를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독립성을 훼손하게 된 원인은 현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지속되어온 인권위 흔들기 정책에 있다. 더구나 인권관련 경험과 지식, 인권감수성이 전혀 없는 무자격자를 임명한 책임은 매우 크다.
인권위 독립성 훼손과 파행의 책임이 현 정부에 있음에도 청와대는 이를 해결할 어떠한 의지도, 입장표명도, 제도개선도 없이, 정부 측근에서 일한 김영혜 변호사를 상임인권위원으로 내정하고 임명하였다. 이는 현재 인권위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일이기에 다시한번 정부의 역할을 상기할 것을 촉구한다.
2009년 4월 행정안전부의 인권위의 21%조직 축소로 인권위가 사실상 기능을 못하도록 업무의 독립성을 침해하였고, 이는 유엔사회권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또한 청와대가 임명한 현병철 위원장은 국가인권위법 5조 2항의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라고 명시된 기준에 미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인권위 운영에 있어서 민주성마저 결여된 인물이다. 이번에 상임위원으로 임명한 김영혜 씨는 대통령직속기관인 미래기획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친정부 인사일 뿐 아니라 그가 공동대표로 일하고 있는 단체는 공식적으로 인권위 독립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아, 인권위원으로서 적합하지 않다.
1991년 국제사회가 합의한 국가인권기구에 관한 국제기준인 파리원칙에서는 독립성과 다원주의,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권위는 모든 사회적 집단, 특히 비정부단체, 노조, 전문가집단, 철학 및 종교적 사조들을 대표하는 구성원들로 기구로 구성하며,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천한 현병철, 김영혜 두 사람 모두,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 인권 현장 활동이 전혀 없는 인물이라는 점은 청와대가 ‘국가인권기구의 역할’과 ‘인권’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인권위를 ‘정부의 눈치나 보며 면죄부를 주는 알리바이 기구’로 만들어,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를 바 없다.
인권위원으로서 가장 크게 지녀야할 소명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수호의지이다. 이번에 상임위원으로 임명한 김영혜 변호사가 공동대표로 있는 ‘시민과 함께 일하는 변호사들’(이하 시변)은 인권위의 독립성에 대한 이해가 없다. 시변에서 낸 성명에 따르면, 현행 인권위법상 조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다며, 업무의 독립성 외는 인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정부의 간섭을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인권위의 독립성은 업무만이 아니라 조직?인사?예산 등의 독립성을 보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 표명은 조직축소로 인권위의 업무조차 무력하게 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는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인권위로 설 수 있도록 그동안의 인권위 독립성 훼손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또한 그를 위해 그동안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 임명과 관련한 투명하고 민주적인 인선절차, 청문회 등의 검증절차를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이에 앞서 김영혜 상임위원의 임명을 철회하고, 무자격자 현병철 위원장 임명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다.
한 나라의 격이 높아지는 것은 그 사회구성원이 행복하고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일 때 가능하다. 국가의 중요한 인권보장기구인 인권위가 사경을 헤매도록 현 정부가 휘어잡고 흔드는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격이 높아질리 만무하다. 어제 아시아인권위의 성명에서도 보여지듯, 한국 정부의 인권위 독립성 훼손과 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제라도 국가의 인권보장 의무를 깨닫고, 인권위에 대한 정부인식이 그 사회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단초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러할 때, 현 정부가 그리도 홍보하는 국격 향상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정부의 인권위 흔들기와 인권 무시정책을 전환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10년 11월 16일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는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
( 전국 223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