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청와대는 졸속적인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을 철회하고,공개적인 후보 선정위원회를 구성하라

오늘 아침 청와대가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를 발표했다. 그런데 그 꼴이 갈수록 가관이다. 안경환 위원장을 임기도 다 채우기 전에 사실상 내쫓더니, 이번엔 듣도 보도 못한 인물을 위원장 자리에 앉히려 하고 있다. 국제적 기준이나 인권단체들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고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과연 위원장 자격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읽어보기나 했는지 의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의 입장에 서서 국가의 인권침해를 감시해야 하는 기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 사법. 입법부로부터 독립적인 위상을 가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가기구들의 인권침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결정하고 시정 권고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법적 강제력이 아니라, 오로지 인권적 권위와 사회적 정당성에 기대야만 한다.

인권위원회가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들은 인권에 관한 전문성, 인권지향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할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권 의제와 현장에 대한 경험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인권 현장에서 고민하고 싸워온 인권/시민사회로부터 겸허히 의견을 수렴하고, 시민 사회의 공론을 형성하여 국가인권위가 굳건히 발을 딛도록 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따라서 인권위원장은 청와대 내부의 몇몇 사람이 적당히 검토해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공개적인 추천과 검증 과정을 거쳐 선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무런 공개적인 추천이나 검증 과정 없이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을 강행했다. 심지어 내정된 인물도 우리 사회의 인권 현실에 아무런 이렇다 할 기여나 활동도 없었던 인물이다. 인권 현장에서 보기엔 그야말로 뜬금없는 인물인 것이다.

청와대는 현병철 한양 사이버대 학장을 내정하면서 “대학장, 학회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하면서 보여준 균형감각과 합리적인 조직관리 능력은 인권위 현안을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시켜 줄 것”이라고 내정 이유를 밝혔다. 국가인권위원장의 역할을 그저 행정적인 관리자 정도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상을 고만고만한 일개 행정위원회 정도로 낮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거기에 오늘 내정해서 내일 임명하겠다는 것은, 시민 사회의 따가운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처리하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

우리는 현 내정자에게도 요구한다. 본인이 과연 국가인권위원장 자리에 어울리는지 숙고하길 바란다. 인권에 관한 전문성과 경험이 있는지, 틀림없이 가해질 권력의 압력으로부터 인권위의 독립성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국제인권기준을 국내에 실현하기 위해 싸워나갈 자신이 있는지, 이를 위해 인권/시민사회단체의 쓴소리에 겸허히 귀를 기울일 자세가 되어있는지. 만약 본인이 이에 합당한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국가인권위원장 자리를 사양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는 청와대에 촉구한다. 졸속적인 인권위원장 내정을 즉각 철회하라. 시민 사회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인권‧시민 사회 각계의 인물로 구성된 공개적인 후보 선정 위원회를 구성하라.

2009월 7월 16일
(가)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