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을 축소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요?

국가인권위는 그 사회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구입니다. 인권침해를 받은 사람들이 구제를 받기 위해 침해받은 사실을 진정하면 그걸 조사하고 구제방침을 내놓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인권의 기준으로 국가정책이 인권보장을 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정책 권고를 하거나 공무원을 비롯한 사람들의 인권의식을 높이는 인권교육을 해왔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의 인권의식이 높아지면서 인권침해 진정이 많아지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처리율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일할 사람이 더 줄어든다면 진정을 해봤자 처리되지 않아 구제받을 수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외모를 이유로 승진에서 탈락되어 진정을 해봤자 1년이 지나도 조사가 되지 않는다면 침해받은 사람에게 진정은 아무 소용이 없게 되는 거니까요.


2. 지역사무소를 폐지하는 건 차별이자 인권 포기에요.

행정안전부(행안부)는 부산·광주·대구 등 3개의 국가인권위 지역사무소가 면전진정 등의 기능 외에 하는 일이 없다며 폐쇄하라고 했습니다. 굳이 인터넷 진정을 하면 되니까 지역사무소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하지만 면전진정은 인터넷에 접근하기 어려운 장애인, 이주민, 빈곤층에게는 꼭 필요합니다. 실제 장애인차별에 대한 진정을 한 장애인수는 0.125%에 지나지 않는 현실을 외면한 겁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정치·경제·문화·교육 등이 모두 쏠려있어 문제인데 인권보장기구마저 서울에 한정된 것은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며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인권을 포기하는 거에요. 서울에 있는 인권위를 방문할 수 없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 지역에 있는 인권침해 사각지대인 정신병원, 노인 부랑인 시설 등에 대한 조사의 신속성을 높이려는 목적에 맞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지역사무소가 면전진정을 확대하고 인권교육을 확대하여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인권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3. ‘인권위 조직 축소’는 근거 없이 추진되고 있어요.

인권위는 행안부의 권고에 따라 외부 전문기관에서 조직진단을 받았고, 그 결과 인력증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2008년 말 행안부는 50% 감축하자고 하더니 올해초에는 갑자기 30% 감축안을 제시했습니다. 작년이나 올해나 구체적 근거나 논리가 없이 축소하자고 합니다. 더구나 다른 행정부처의 조직축소는 커봐야 2%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는 형평성에 어긋날뿐더러 정치적 의도가 있는 조치라고 할 수 있지요.


4, 인권위조직 축소는 독립성 훼손이라는 게 무슨 말인가요?

국가인권위는 국제사회의 합의아래 만들어진 준국제기구로서, 1993년 UN인권위원회 결의안에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이하 파리원칙)으로 인권기구의 성격을 규정하였습니다. 파리원칙의 핵심은 국가인권기구가 정부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해야 하고 독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정적 통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다수 인권침해의 가해자가 국가기구인 현실에서 국가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지 않는다면 국가의 인권침해를 조사하거나 시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행안부가 인권위를 행정기구로 취급하며 조직구조와 인력을 축소하라는 건 인권위의 독립적인 정책·교육·조사기능을 마비시키는 일이므로 독립성을 훼손하는 거지요. 그런데도 행안부는 국가인권위의 독립성은 ‘인권위원의 임명절차 및 임기·신분보장, 업무방해’에 대한 것일뿐  ‘조직·인사·예산 운영’의 독립성까지 보장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국제기준조차 부정하고 있어요.


5. UN에서도 인권위 조직축소하면 안된다고 했다는데....

얼마전 인권에 관한 UN의 활동을 총괄하고 지원하는 유엔인권 최고대표인 나바네템 필레이 인권고등판무관이 한국 정부에게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 훼손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재검토를 요구했습니다. UN의 설립근거는 유엔 헌장 제 1조 “인종·성별·언어 또는 종교에 따른 차별 없이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장려함에 있어 국제적 협력을 달성”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국의 국가인권위는 아시아 지역의 국가인권위에서 유일하게 A등급을 받을 정도로  지역적, 국제적 차원에서 좋은 모델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인권위는 아태지역국가인권기구포럼(APF)의 회원이자 국가인권기구국제조정위원회(ICC)의 부의장국을 담당하고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ICC의장국이 될 예정입니다.

걸핏하면 글로벌 스텐다드를 말하고 UN인권이사회 상임이사국을 두 번이나 역임하면서도 한국정부는 UN의 권고를 무시하는 뻔뻔한 태도를 보여 낯이 뜨거워집니다.


6. 인권위 축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무력화시키는 일!

2008년 4월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시행된 이후 진정건수가 696건, 2007년의 두 배를 넘고, 국가인권위 출범 시기인 2001년(13건)에 비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차법 시행 이후 행정인력 65명 증원을 요청하였고 당시 행정자치부와 협의하여 20명 증원하기로 하였습니다.  진정이 아무리 늘어놔도 처리하지 못한다면 장차법은 무의미한 법이 되는 거지요. 일손이 없어 장애인이 차별로 일하지도 못하거나 교육받지 못하는 침해를 구제받지 못할 거니까요.


7. 이명박은 왜 인권위 기능을 마비시키려 하나요?

현 정권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인권을 보장하려하기보다 ‘있는 사람들’의 인권만을 보장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친재벌정책, 땅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은 결국 없는 사람들, 소외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동안 인권위는 경찰 폭력으로 신체의 자유와 이동의 자유를 침해받은 촛불시민들이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정부에 요구했으니까요. 더구나 최근에는 용산 철거민들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죽거나 다친 사람들의 인권침해를 조사하면서 정부의 주거정책을 바꾸라고 권고하기도 했으니 얼마나 ‘눈에 가시’ 겠어요. 그러나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인권위 기능마비가 아니라 반인권적 정책을 시정하는 게 아닐까요.



늘어만 가는 인권침해사건에도 불구하고
말도 되지 않는 행안부의 인권위 조직축소안은 이렇습니다.


<국가인권위 설립 후 업무량 통계와 인력증감>

진정건수 2배 증가          (3,022건 ⇒ 6,272건)
상담건수 4배 증가          (2,876건 ⇒ 13,810건)
민원처리 건수 10배 증가    (884건 ⇒ 9,022건)
인권위 인력 증가           0



<2009년 행안부의 인권위 조직축소안>

2007년 합의안
정원 208명에서 146명으로 감축
2007년 국회예산위에서는 행안위 합의안에 의거해 20명 인력 증원을 승인하였으나, 이명박정부 들어서 무효화시킴.  

부산·광주·대구 등 3개 지역사무소 폐쇄
현 5국 22과 체제인 조직을 3국 10과로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