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공동성명서> 인권침해 감시까지 진압하는 초법적이고 오만한 경찰을 규탄한다.
촛불집회가 100일을 맞은 8월 15일, 경찰은 157명의 시민을 연행했다. 사복체포조가 투입되면서 연행과정에서 불법은 더욱 컸으며 심지어 불법적인 연행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인권침해감시단 활동가조차 연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그동안 보여 온 비상식적인 행태를 모조리 보여주는 것도 모자랐는지 사복체포조 투입과 휴대용 색소 물대포를 등장시켰다.
경찰은 소공동로터리에서부터 검거 위주의 진압 방식으로 밀어붙였다. 인도에서 접은 깃발을 들고 가는 시민을 연행하는가 하면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나오는 길에 옷에 색소가 묻은 시민을 연행하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사복을 입은 이들을 수백 명 동원해 거리를 돌아다니게 했고 사복을 입은 이들은 마치 시민인 것처럼 거리를 걷다가 색소가 묻은 이를 낚아채듯이 연행하기도 했다. 소속과 신분을 밝히라는 요구는 일체 묵살했음은 물론이다. 이제 경찰은 스스로 법을 넘어선 권력임을 과시하는 듯하다.
해산 경고에 따라 해산하는 시민을 뒤쫓아 가 연행하거나 인도에서 지나가다가 연행에 항의하는 시민을 덩달아 연행하는 등 마일리지제도 시행 이후 검거 위주의 경찰력 사용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해산하여 인도로 올라서는 시민들에게 근거리에서 휴대용 색소 물대포를 쏘아대며 검거를 명령하는가 하면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는 불법연행은 다반사고 연행되는 시민에게 연행과 조사 과정에서의 권리를 적은 카드를 전해주려는 인권침해감시단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방패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언론의 취재조차 봉쇄했다. 한 명의 시민을 연행하는 동안 30여 명의 경찰이 방패로 둘러싸더니 시민의 목을 꺾어 제압한 후 끌고 가기도 했다.
집회를 해산하기 위해 적절한 시간 간격을 두고 세 차례 경고방송을 하도록 규정되어있는 것도 무시했다. 해산 경고의 내용도 “인도로 안 올라서면 색소를 뿌려서 검거하겠다”는 협박 수준이었다. 해산 경고를 하는 경찰관의 소속과 신분도 밝히지 않았고 해산의 근거도 밝히지 않는다. 적절한 시간 간격은커녕 해산 경고 중에도 연행을 시도했다. 경찰의 말을 듣지 않으면 무조건 범죄자라는 식의 사고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에게 그것조차 집회라며 해산을 명령하기도 했다. 집회가 해산된 후에도 인도에 전경을 가득 세워 시민을 위협하는가 하면 해산명령에 따라 해산하는 시민조차 검거하는 경찰의 모습은 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은 자의적 권력행사의 핑계일 뿐임을 보여준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이 규정하는 절차는 무시하면서 시민들을 연행하기 위해서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갖다붙이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이미 경찰이 공무를 수행하는 자로서의 신분을 망각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쟤 잡아”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릴 정도로 표적연행이 횡행했다. 이날 연행된 인권침해감시단 활동가 역시 경찰 지휘관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연행을 지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권침해감시단은 첫 번째 경고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강제진압을 위해 경찰병력이 달려가는 것에 항의하고 있었을 뿐이다. 경찰이 무리하게 연행하려고 달려드는 과정에서 한 인권침해감시단 활동가가 발목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주위의 시민들이 인권침해감시단의 연행에 항의하고 변호사가 신분증을 내밀며 연행을 만류했으나 경찰 지휘관은 ‘경찰에게 욕설을 했기 때문에 연행한다’라고 하며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공무를 명분으로 자의적인 법 집행을 하고 있음을 반증할 뿐이다.
우리는 이날 경찰이 보였던 폭력을 규탄한다. 또한 그런 폭력을 감시하기 위해 활동하는 인권침해감시단 활동가를 연행한 것은 모든 권력이 응당 받아야 할 감시조차 거부하는 오만함의 극치다. 공무를 수행하는 모든 조직은 법에 근거해 공무를 수행해야 하며 공무는 감시를 통해 견제될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공무를 수행하면서 소속과 신분, 성명을 밝혀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지금 경찰이 거리에서 보이는 모습은 공무라고 볼 수 없는 자의성, 위법성으로 가득하다. 게다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행사하는 시민들을 마치 적으로 간주하는 경찰의 모습은 이명박 정권이 그토록 부르짖었던 법치주의는커녕 스스로 치외법권을 만들고 있는 꼴이다. 경찰은 촛불집회에 대한 폭력 진압을 당장 멈추고 자의적 법 집행을 반성하라. 어청수 경찰청장은 이 모든 진압과정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길어야 5년이지만 역사는 수백 년 넘도록 당신들을 지켜볼 것이라는 사실을 경찰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2008년 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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