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시 2세의 한국방문, 한미 정상회담을 맞아 -
한미 양국은 지난해부터 한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가입을 추진해왔고, 지난 4월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중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습니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관광수입)을 위해 추진되는 새로운 비자면제 프로그램은 사실상 비자심사를 강화하는 조치들이며, 한국 여행자에 대한 "전수조사", 차별, 배제, 낙인을 그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달 미국 내 34개 주미대사관이 미국 정부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VWP가 사실상 비자면제가 아니고,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국가적 수준에서 조직적으로 유출하는 등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대한 이해를 전혀 하지 못한 채, 굴욕외교 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전국 39개 인권단체로 이루어진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개인정보 유출과 인권침해에 대한 기본적이 이해도 없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굴욕외교를 강력히 규탄하며, 협상과 관련된 일체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합니다.
[성명] 비자면제 프로그램(VWP)은 인권포기 굴욕외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 다음 날, 지문날인과 전자여권 도입의 내용을 담은 여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4월로 예정되어 있었던, 이 대통령의 미국방문길에 전자여권을 들고 가는 쇼를 연출하기 위하여, 통위통위에서 5분만에, 법사위에서는 반대의원을 따 돌린 채, 본회의에서는 늘 그렇듯이 거수기 국회의원들의 찬성으로 절차를 밟았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원하는 대로 전자여권 1호를 들고 미국땅을 밟는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과 부시 2세의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직전에, 한미간에 비자면제 프로그램(VWP) 가입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된다. 양해각서는 한국 국민들이 VWP 상태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양국이 노력하고, 여행자 정보 공유 협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이다. 양해각서의 내용은 사실 작년에 개정된 미국의 9/11 위원회법의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라, 협정이라기 보다는 미국의 법을 한국이 그대로 수용하는 이행각서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작년에 강화된 보안조치들로 인해 VWP가 더 이상 비자면제 프로그램이 아니라, 새로운 비자제도로 변질되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함께 VWP 양해각서에 서명을 했던 미국의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은 다른 나라에 가서는 새로운 VWP는 비자면제 프로그램이 아니라, 비자"심사" 프로그램임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새로운 VWP를 대하는 다른 나라 정부나 언론들의 입장/질문은 대개 이런 식이다: ""비자면제 잘 하고 있는데, 갑자기 웬 비자제도를 도입하는 겁니까? 이름만 다른 비자제도가 아닙니까?" 한국 정부만 이게 비자면제라고 굳게 믿고 있는데, 시리즈 굴욕외교가 아닐 수 없다.
진짜 문제는 새로운 비자제도의 내용들이다. 양해각서는 여행자 정보 공유협정, 전자여행허가제, 출국통제 프로그램, 전자여권 도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고, 여기에는 프라이버시 침해와 차별같은 인권문제들이 내재해 있다. 전자여행허가제는 말 그대로 입국허가를 내주는 비자제도이고, 여행자 정보 공유 협정은 거기에서 심사기준이 되는 개인정보(사법기록 등)를 공유하기 위한 협정이다. 출국통제 프로그램은, 이제 미국에서 출국할 때도 지문 등의 생체정보를 이용하여 심사를 하겠다는 것이고, 전자여권은 이 모든 것을 도와주는 바코드이다. 세계 어느 나라의 비자제도도 이렇게 강력하고 비인권적이지 않다.
새로운 제도 아래 한국 여행자들은 전자여권이라는 이력추적표를 가지고, 미국에 입국신청을 하거나 입국을 할 때마다 신체검사 등 심사를 받게된다. 그 때마다 미국은 이미 공유된 개인정보 등을 통해 여행자의 이력을 추적확인해서, 미국 입국여부를 통보해준다. 미국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반송"이다. 누구도 예외가 되지 않는 전수조사이다. 이번 협정으로 미국은 강력한 "검역주권"을 확보했다.
개인정보는 정부 마음대로 거래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다. 행정기관끼리도 함부로 개인정보를 공유해볼 수 없으며, 사법기록 같은 민감한 기록은 더욱 엄격히 보호되고 있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타국의 정보기관에게 넘기려고 하고 있다. 사회적 여론수렴, 국회에서의 논의/동의, 이런 절차들도 모두 무시되고 있다. 심지어 양해각서에 따르면 넘어간 개인정보들은 미국 정부내에서 얼마든지 재배포가 가능하다. 그것들은 미국 내에 오랫동안 남아, 한국 여행자들에 대한 차별의 근거로, 또 불신에 기초한 검사의 근거로 사용될 것이다. 차별과 배제, 낙인과 불신만이 점점 커지는 시스템이다.
얼마 전 "인터넷 경제의 미래"라는 OECD 장관회의에 참석했던 마크 로텐버그 EPIC(전자 프라이버시 센터) 대표는 "민주정부라면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거부해야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8월 영국, 독일 등 전 세계 34개 "민주"정부는 주미 대사관을 통해 새로운 VWP의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는 항의서한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 한국 정부는? 기본권 침해가 우려되니 협정 정보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기본권 침해 없다."는 답변으로 기각했다. 국가인권위의 자료제공요청도 전면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다. 한국 국민의 인권은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인권과 조금 다른 것 같다. 적어도 이 정부 내에선 그렇다.
우리는 외교통상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그 동안 진행한 비자면제 프로그램 협상, 여행자 정보 교환 협의회와 관련된 일체의 내용들을 공개하라!
보편적 인권이 무엇인지, 새로운 VWP에 왜 인권문제가 있는지, 다른 나라 정부들이 왜 반발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라!
인권단체들을 비롯하여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인권단체연석회의 [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구속노동자후원회,광주인권운동센터,다산인권센터,대항지구화행동,동성애자인권연대,문화연대,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주노동자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부산인권센터,불교인권위원회,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사회진보연대,새사회연대,안산노동인권센터,HIV/AIDS인권연대나누리+,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울산인권운동연대,원불교인권위원회,이주인권연대,인권교육센터들,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운동사랑방,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전북평화와인권연대,전쟁없는세상,진보네트워크센터,천주교인권위원회,평화인권연대,한국교회인권센터,한국DPI,한국게이인권단체친구사이,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전국 39개 인권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