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지 않는 정부와 경찰을 규탄한다

앰네스티 촛불집회조사 핵심을 외면하는 정부가 부끄럽다





지난 7월 18일,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촛불집회에서 있었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지난 2주간 조사를 담당하였던 노마 강 무이코 조사관은 “촛불집회는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경찰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해 진압했다”고 밝히면서, “과도한 무력을 행사하면서 물대포나 소화기 같은 비살상 군중통제장치를 남용했다”고 비판하였다.


이에 대해 경찰은 반박자료를 통해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르거나, 확인되지 않았거나, 근거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한 것”이라 폄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법무부는 “촛불시위와 관련된 공권력 행사는 일부의 과격한 폭력행사 등 법질서 파괴 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진 정당한 조치였다”라고 항변하고, 여당인 한나라당도 “앰네스티가 시위의 전모를 모두 조사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정부 편을 든다.


하지만 정부 및 한나라당의 이러한 발표는 반박이라 하기 어려울 정도의 ‘동문서답’이자, 평화적 시위를 진행하였던 시민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적반하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까닭은 문제 제기의 본질은 무시한 채, 지엽적인 것에만 집착하여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려 하기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가 지적한 문제는 발표 내용대로 “이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강력하지만 전반적으로 평화적으로 표현”하였으나, “자신들의 정부에 의한 과도한 진압”이 있었고, “그에 대한 더욱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경찰에게 되묻자! 이러한 지적에 대해 경찰은 참으로 한 점 부끄럼없이 당당한가? 진정으로 ‘과도한 무력사용’이 없었으며, 절차를 무시한 ‘자의적인 구금’도 없었다고 할 수 있는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간부진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가 ‘표적탄압’이 아니며, 부상당한 시위 참가자에 대한 치료가 철저히 보장되었는가? 그리고 시민들을 폭행하는 경찰에 대해 제대로 수사한 적은 있는가?


경찰이 그렇게 당당하다면 폭력이 없었음을 증명하고 인권침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졌음을 밝히면 될 뿐이다. 그럼에 불구하고 경찰들은 인권침해가 일어났다는 본질에는 눈을 감은 채, 사례가 잘못 되었다느니, 오역이 있다는 식의 꼬투리잡기로 일관하고 있다.


더구나 반박 자료에서 밝힌 것처럼 사무직 여성에 대한 폭력이 6월 29일에 발생하였음에도 ‘자세한 사실을 확인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지금까지 20여 일동안 아무런 수사도 있지 않았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일 뿐이다. 또한 ‘31세 남자 만화편집자’가 실재하는 인물이고 실제 그러한 피해를 당했다면 지체없이 고소나 고발 기타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그 인물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누가 보더라도 ‘표적탄압’이 분명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간부들에 대한 영장 발부가 적법한 것이라 항변하고 있고, 치료를 받지 못하도록 한 수많은 사례와 진정들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그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무부의 변명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신들이 밝힌대로 수십만명의 시위 참가자 중 폭력행위를 한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경찰의 진압 행위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뤄진 정당한 조치”였다면 그 일부에 대한 검거만으로 충분한 것이었다. 하지만 평화로운 시위를 벌이는 수많은 불특정 시민에게 실명 및 골절을 가할 정도의 위력을 가진 물대포를 직사로 쏘고 화학물질로 가득찬 소화기를 난사한 것이 과연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 진 것이라 할 수 있는가?


여기에 더하여 경찰은 21일과 22일에 걸쳐 “경찰의 정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법적조치를 강구 하겠다”고 밝힘과 동시에 “앰네스티가 국내에 입국한 동기라든가 계기 자체가 처음부터 의심스러웠다”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법적조치라는 칼을 들어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협박일 뿐이며, 본질적이지 않는 지엽적 문제라도 꼬투리를 잡아 무이코 조사관의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손상시키고 국제 앰네스티의 명예를 훼손하여 자신들의 잘못을 숨겨보려는 뻔한 의도일 뿐이다.


우리는 정부의 이와 같은 뻔뻔스러움이 한없이 부끄럽다. 자신들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한 무조건적인 탄압으로 일관하는 관용도 없고, 저열한 정부가 우리의 정부임이 한없이 부끄럽다. 유엔인권위원회 이사국이자, 인권의 옹호자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자긍심마저 저버린 대한민국 정부가 진정 국민을 대변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수준 낮은 정부에 의해 국제사회의 망신을 당해야 하는 국민들은 참담함과 분노를 느끼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작태를 당장 중단하고 국제 앰네스티의 조사결과를 적극 수용하여 현재의 인권 억압 상황을 개선하기를 강력히 요구한다. 동시에 현 상황에 대한 분명한 책임이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 및 관련 인사들을 파면시키고 우리 사회의 인권 상황을 전반적으로 검토·개선하기를 촉구한다. 더 나아가 촛불 집회 과정 중 발생한 경찰의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적극 수사함으로써 그러한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하면서, 무이코 조사관의 문제제기를 경청해 보길 권한다.


“이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강력하지만 전반적으로 평화적으로 표현하였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한 것은 자신들의 정부에 의한 과도한 진압이었고, 이에 대한 더욱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제엠네스티 조사에 말꼬리 달아 국제적 망신 두번 당하게 하는 경찰과 정부는 자중하고 어청수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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