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국민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라
- 이명박 정권 출범 100일에 즈음하여
거대한 시민항쟁이 시작되었다. 5월 2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광장을 넘어 거리시위로 이어졌고, 이제는 청와대로 진출하려는 밤샘 시위가 서울에서 계속되는 상황까지 발전했다. 이런 촛불집회와 시위는 부산, 광주 등의 대도시를 비롯해 전국 100여 곳으로 확산되었다. 지난 주말에는 전국적으로 13만 명이 시위에 나섰고, 서울에서는 청와대로 진입하는 세군데 차로에서 밤을 새우며 독재 정권 타도, 이명박 퇴진을 외쳤다.
경찰폭력 책임지고 연행자에 대한 사법처리를 철회하라
시민들의 민주항쟁에 대한 경찰의 폭력은 날로 강도가 높아졌다. 이전부터 있었던 일이기는 하지만, 지난 주말에 시위진압 과정에서 보여준 경찰 폭력은 위험 선을 훌쩍 넘어선 것이었다. 경찰은 물대포를 직접 시위 참여자에게 쏘아대서 고막이 터지고, 실명의 위기에 몰리고, 안구출혈, 뇌출혈의 부상을 입는 상황을 낳았다. 시위 참여자에 대해서 여전히 방패로 찍고, 곤봉과 군홧발로 폭행을 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심지어 한 여학생을 머리채를 잡고 폭행하다가 그 여학생이 쓰러지자 군홧발로 짓밟았고, 폭행을 피해 전경 버스로 들어갔다가 나오자 다시 폭행을 가하기까지 했다. 이성을 잃어버린 경찰의 폭력으로 이날 밤에는 100여명의 시위대가 중경상의 부상을 입고, 병원을 치료를 받았다. 또 이날 시위진압에는 대테러부대! 인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하여 시위대를 체포하도록 했다.
이런 폭력진압이 현장 사진과 동영상, 피해자 증언 등으로 이미 확보되어 있는 상태에서도 서울시경청장은 물대포를 시위대를 향해 직접 발사하지 않았다고 하고, 특공대 투입을 오히려 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한 조처라고 강변하고 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그동안 거리에서 진행되어온 촛불집회와 거리시위에 대한 경찰의 인권침해를 감시하는 활동을 주되게 해왔다. 시위 현장에서 우리가 확인한 점은 시민들은 철저한 비폭력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섬멸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으로 규정하지 않고야 직접 사람을 향해 물대포를 쏘고, 폭행하는 만행을 스스럼없이 저지를 수 있는가. 정치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경찰의 모습은 폭도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법 적용의 문제도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집시법이나 도로교통법을 내세워 연행하고, 입건하는 것은 현재 시민항쟁의 성격을 왜곡하는 짓이다. 헌법상의 집회?시위의 자유도 당연히 보장해야 하고, 현행 집시법은 전면 개정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지금 시민들의 항쟁은 시민불복종, 저항권의 행사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국민의 대표로 선임된 자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협상을 국민의 뜻에 반해서 밀실에서 진행하고,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의 뜻을 괴담으로 치부하면서 잘못된 정책을 강행한 것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연행된 시민들은 현행범이 아니라 주권을 회복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려는 투쟁에 나섰기 때문에 지금까지 촛불과 거리시위 과정에서 연행된 모든 시민들에 ! 대한 사법처리를 포기하고, 정부는 사죄하여야 한다.
또 배후를 의심하여 초를 제공한 자를 수사하라고 하는 대통령이나 그의 어처구니없는 말을 그대로 받아 충성경쟁을 벌이는 법무부, 검찰, 경찰은 모두 이번 기회에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이들로 교체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공권력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나서서 국민의 소리를 직접 들어야 한다.
정권 출범 100일,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뜻을 무조건 수용하라
이제 민주항쟁에 나선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만이 아니라 대운하, 의료보험 민영화, 4.15 교육정책, 한미FTA, 공공부문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대부분의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단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에 역행하는 정부의 모든 정책들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100일 동안 이명박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친재벌, 친기업, 친미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생존권의 위기에 몰려 신음하는 국민들이 절박함을 무시하고, 소수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만을 입안하고, 강행해왔던 것에 대해 정당한 항의를 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도 국민의 건강권을 무시한 채 미국 축산업계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태도를 보이고, 국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하고, 재협상이 아니라 장관 고시를 강행해버렸다. 결국 주권자인 국민은 자신의 주권을 되찾는 투쟁에 나서게 된 것이고, 주권자를 무시하는 이명박 정권을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독재 타도로 요구를 발전시킨 것이다.
그간의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 국정운영의 무능력함 등에 대한 총체적인 비판 앞에서 이제 정부는 몇 가지 사안을 양보하는 선에서 시국 수습책을 준비하고 있다. 6월 10일 이전에 대통령이 시국 수습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몇 가지 정책을 거두고 유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전면적으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하여 국민의 뜻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이명박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항복하는 길 뿐이다. 그렇지 않을 때는 시민들은 이 저항운동을 시민혁명으로 발전시키고, 그럴 때에 이명박 정권은 결국 국민에 의해 퇴진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이 다시 꼼수를 부리면서 적당히 국면을 넘어가려고 한다면 이는 더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시민들과 함께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항쟁에 적극 동참할 것이다.
2008년 6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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