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시민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인권단체들입니다.
문득 유난히 차가웠던 2005년의 겨울을 떠올려 봅니다. 여럿이 함께 걷는데도 유독 쓸쓸했고, 신발 속의 발가락이 너무도 시렸던 날, 한 빈소를 찾았습니다. 영정 속에 계신 분은 경찰의 방패에 머리를 맞아 세상을 떠난 한 농민이었습니다. 시멘트 바닥에 마치 칼을 갈듯 갈아댄 경찰의 방패는 정말 칼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 왔습니다. 누구는 앞으로 살아갈 걱정에 종이컵 한잔 가득 깡소주를 빈속에 밀어 넣고 있을 때, 누구는 다리 한 번 쭉 펴지 못하는 쪽방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을 때, 누구는 쓰레기통을 뒤지며 먹을 것을 찾고 있을 때, 우리가 ‘살고 싶다’라고 외치고 있을 때 경찰의 방패는 어김없이 칼이 되어 삶의 벼랑 끝으로 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세상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국가는 국민이 주인이고, 더 이상 국가는 국민을 탄압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거리를 뿌옇게 칠하던 최루탄은 이제 없어졌고, 욕조 한 가득 채운 물속에 얼굴을 쳐박는 고문 따위는 이제 없어졌다고, 이제 이렇게 세상은 좋아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큰 착각이었다는 것을 지금 이 거리에서 다시 깨닫고 있습니다. 여전히 경찰의 방패는 거리의 사람들을 향하고 있고, 정부는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국민의 권리를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억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그 주인은 국민입니다. 대통령은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하고, 국가는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국가는 이 거리에 앉아있는 국민들을 조종하는 세력이 있다고 하며, 국민들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치 불과 몇십년 전의 독재정권을 연상시키듯이 ‘공안대책회의’라는 것을 꾸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이명박 정부가 이번 거리 시위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국민이 국가에게 요구하는 큰 목소리를 무시하고, 그저 어떤 운동세력이 ‘무지한’ 국민을 조종하고 있다고, ? 汰曇坪?생각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국가와 국민간의 신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시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숱한 생명을 떠나보내며 갈망하였던 세상이 오지 않았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루의 피곤에 찌든 무거운 눈꺼풀을 다시 부릅뜨며 거리에 서야 하는 이유,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최면을 받던 청소년들이 다시 거리로 나서야 하는 이유, 사람도 죽일 수 있는 저 무서운 방패 앞에 우리가 다시 다가서야 하는 이유, 우리는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무시하고 결국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를 발표하였습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기억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 권리를 침해하고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이명박 정부에게 더 큰 목소리를 들려줘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더욱 더 힘을 모아 이명박 정부에게 진정한 국민의 힘을 보여줍시다.
인도에서 드는 촛불이든, 차도에서 드는 촛불이든, 마음은 한 가지입니다. 광우병 쇠고기를 막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권이 존중받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언젠가 이 촛불은 다시 꺼질 것입니다. 또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거리에서의 염원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이명박 정권 또한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의 힘을 계속 두려워할 것입니다. 누군가 말했던 것처럼, 봄은 산 너머 오는 것이 아니라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것입니다. 척박하고 차갑게 얼어붙은 민주주의의 이 땅을 우리의 촛불로, 우리의 외침으로 녹여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날을 만들어 봅시다.
인권단체연석회의[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구속노동자후원회,광주인권운동센터,다산인권센터,대항지구화행동,동성애자인권연대,문화연대,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주노동자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부산인권센터,불교인권위원회,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사회진보연대,새사회연대,안산노동인권센터,에이즈인권모임나누리+,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울산인권운동연대,원불교인권위원회,이주인권연대,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운동사랑방,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전북평화와인권연대,전쟁없는세상,진보네트워크센터,천주교인권위원회,평화인권연대,한국교회인권센터,한국DPI,한국게이인? 풔報셍1말瑛?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전국 38개 인권단체)],트렌스젠더인권활동단체지렁이,한국레즈비언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