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무작정 CCTV 확대할 생각 말고 불법적인 공공기관 CCTV 부터 즉각 철거하라!
정부가 잇따라 CCTV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지난 3월 26일 경찰청이 「아동·부녀자 실종사건 총력대응 체제」의 일환으로 놀이터·공원에까지 CCTV를 확대 설치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5월 14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학교 폭력 대책으로 2010년까지 전국 초중고교의 70%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 발생한 민생 치안 문제에 CCTV가 만병통치약처럼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강남구청과 강남경찰서가 CCTV 5대를 시범 설치한 이래로 공공기관들은 앞다투어 CCTV를 도입하였고, 오늘날 대한민국 공공기관에 설치된 CCTV는 모두 13여만 대에 이른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모든 CCTV는 최근까지 아무런 법률적 근거가 없이 설치 운영되어 왔었다. 그야말로 무법적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 CCTV에 대하여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수많은 인권단체들의 요구와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거쳐, 2007년 드디어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CCTV 관련 조항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관련법률 시행 6개월째를 맞아 우리가 파악한 공공기관 CCTV 운영실태는 충격적이다.
지난 2008년 2월 국무총리 산하 ‘공공기관 개인정보보호 심의위원회’에서 검토된 <공공기관 CCTV 관리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공공기관 CCTV가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법률에서 금하고 있는 줌, 회전 기능이 설치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일부 CCTV의 경우 심지어 당사자 모르게 음성 녹음을 하고 있었다.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안내판 설치율도 64%에 그쳤다. 14개 기관 CCTV 12,778대만을 조사한 결과가 이 정도이니, 전체적인 실태는 더욱 심각할 것이다.
몇개 항목 되지도 않는 법률 지키기가 그처럼 어렵다니, 일선 공공기관이나 경찰의 정보인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 하다. 이번에 밝혀진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책임자에 대한 징계와 처벌이 즉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전체 공공기관 CCTV의 실태가 국민 앞에 투명하게 다 밝혀져야 한다.
조사를 시행한 공공기관 개인정보 보호위원회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공공기관 CCTV의 불법적인 실태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번에 정보공개가 될 때까지 쉬쉬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충격적인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조치란 것도 대개 ‘권고’에 그치고 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까지도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게다가 보고서의 말미에는 그나마 현행 법률의 규제조차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비추고 있다. 이 기관이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알리바이가 되어줄 바에야, 활동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인권시민단체들이 오랫동안 주장해왔듯이 특정 정부 부처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필요한 이유를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공공기관들은 CCTV 촬영본을 다른 기관이 요청할 때마다 마구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촬영본이야말로 개인들의 사생활과 화상 정보가 담긴 소중한 기록일 텐데 대장조차 작성하지 않았다니 아연할 따름이다. 주차단속용으로 설치된 CCTV가 집회 채증 용으로 제공된다던지 법률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촬영본 제공은 즉각 중지되어야 하고, 엄격히 관리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우리는 공공기관 CCTV 규제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잘 알게 되었다. 이 문제는 일차적으로 현행 법률상 공공기관 CCTV 규제가 형식적으로 규정되어 있는 데서 기인한다. CCTV가 오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초 설치될 때부터 목적 외 용도로 설치되거나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해야 하는데, 법률에는 겨우 “범죄예방 및 교통단속 등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는 모호한 이유로 사실상 대부분의 CCTV를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공공기관이 제멋대로 촬영하고 사용하고 제공해도 아무도 제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최소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 수준으로는 법적인 보호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눈가리고 아웅식의 사후조치 필요없다. 불법적인 CCTV는 즉각 철거돼야 한다! 차제에 CCTV 관련 규제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공공기관 CCTV 확대 방침은 안될 말임이 분명하다. 국민의 정보인권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침해받을 수 없다.
- 전체 공공기관 CCTV의 실태를 모두 공개하라!
- 정보인권 침해하는 공공기관 CCTV 철거하라!
- 정부는 CCTV 확대 방침 철회하라!
2008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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