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정부는 촛불 행사에 대한 청소년 탄압을 중단하라


정부는 촛불 행사에 대한 청소년 탄압을 중단하라

지난 8일, 전북 전주시의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전주 덕진 경찰서 정보과 소속 이 모 형사로부터 미국의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조사를 받았음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당시 이 학생은 수업을 받던 중이었으나, 담당교사에게 이끌려 학생주임실에 불려가, 이미 와 있던 형사에게 어떤 단체에 소속돼 있는지, 또 촛불집회 개최를 누가 지시했는지, 언제부터 인터넷 모임 활동을 했는지, 인터넷 모임의 운영자는 누군지 등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학생주임 교사가 옆에서 지켜보았고, 이후에는 다른 교사로부터도 문제 학생으로 질책을 받아야 했다고 전해진다.

경찰의 이번 행위가 국민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는 점, 더 나아가 국민이 아닌 정권에 충성하던 과거 공안경찰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을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집회는 신고만 하면 누구나 행할 수 있는 권리일 뿐, 결코 범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향유하겠다는 학생에 대해, 치안 유지를 본업으로 하는 경찰이 학교를 직접 방문하여 해당 단체와 그 배후 등을 조사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특히 집회를 개최하는 이유가 미국 광우병 쇠고기 수입이고, 이는 이명박 정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조사가 무엇을 뜻하겠는가? 미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는 치안에 위해가 되고 정권안보에 치명적이므로, 이는 막아야 될 대상이라는 불순한 생각을 갖고 행한 것이라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것이 바로 과거 공안경찰이 해 온 짓거리였다.

이에 대해 실제 조사를 한 경찰은 “순수한 정보활동 차원이었고,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나 상부의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었으며, “직접 찾아가야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해괴한 말인가! 집회·시위는 신고만 하면 누구나 개최할 수 있는데, 집회를 금지하기 위한 꼬투리 잡기가 아니라면 이 정보를 경찰이 직접 나서서, 그것도 학생이 수업을 받는 중에 수집해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는 변명 역시 구차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경찰이 무언가를 묻겠다면서 집이나 직장, 학교에 직접 찾아온 경우, 위축되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이며, 집회를 하겠다고 몇 명이나 나설 것인가? 특히 이 학? 萱?경우처럼, 수업 중에 직접 학교에 찾아와 학생주임 교사를 옆에 두고 조사를 한다면, 어떤 학생이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이러한 대목에서 학교 측의 행동에도 문제가 있음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학생들이 나이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하나, 이들 역시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분명한 주체이다.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두고 행동하는 것에 대해 격려하고, 수업 중 찾아온 경찰에 대해 항의하지는 못할망정, 고압적인 태도로 학생들을 다루고 문제 학생이라 지적하는 행위는 옳다 할 수 없다. 이는 집회·시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측면뿐만 아니라 교육적으로 대단히 문제가 많은 것이다.

우리는 촛불집회 개최 학생에 대한 경찰의 이번 조사 행위가 공안정국 조성의 시작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집회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를 밝힌 한승수 국무총리, “괴담…유언비어에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사이버 폭력 척결에 검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임채진 검찰총장, “국민의 막연한 불안감을 악용해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는 세력이 있다”고 지적한 한나라당 대변인, “쇠고기 촛불집회의 배후세력은 전교조”라는 취지의 말을 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에 이어, 지금까지 그 어떤 불상사도 발생하지 않았던 촛불집회에 대해 “사법처리를 하겠다”고 나선 어청수 경찰청장까지 권력 상층부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안의 언어’를 뱉어 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가 비록 정부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경찰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조장한 책임은 분명 정부에 있다. 조사와 협박을 통해 국민을 억누르는 행위를 당장 중단할 것을 정부와 경찰에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교육당국 역시 청소년들의 촛불 행사에 대한 탄압과 사찰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청소년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광장에 나선 시민들을 사법처리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저항을 초래한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국민의 뜻에 따라 전면 무효화하는 것이다. 국민 위에 권력 없음을 정부는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2008. 5. 15.

인권단체연석회의[거창평화인권예술제위원회,구속노동자후원회,광주인권운동센터,다산인권센터,대항지구화행동,동성애자인권연대,문화연대,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민주노동자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부산인권센터,불교인권위원회,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사회진보연대,새사회연대,안산노동인권센터,에이즈인권모임나누리+,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울산인권운동연대,원불교인권위원회,이주노동자인권연대,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인권운동사랑방,장애와인권발! 바닥행동,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전북평화와인권연대,전쟁없는세상,진보네트워크센터,천주교인권위원회,평화인권연대,한국교회인권센터,한국DPI,한국게이인권단체친구사이,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전국 38개 인권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