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수사를 위해서는 모든 사생활을 내놓아라?
김형근 교사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감청 및 검열을 규탄한다!!

1.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김형근 교사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2005년 9월부터 2007년 4월까지 무려 2년에 걸쳐 전기통신 감청 및 우편물 검열을 시행해와 충격을 주고 있다.

2. 지난 3월 7일 국가정보원의 ‘통신제한조치 집행사실 통지’를 통해 밝혀진 김교사에 대한 통신제한 조치는 △휴대전화에 대한 음성사서함 청취 및 문자 메시지 열람, 실시간 기지국 사용 현황 등 통화 내역 조회 △유선전화를 통한 각 전기통신의 감청 및 착발신 추적 △E-mail 주소에 대한 착발신 내용 감청 및 출력/인도, 착발신지 추적, IP로그 기록, 메일 보관함 내 내용 열람 △수발신 하는 우편물에 대한 검열 및 복사 인도 등이다.

3.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18조는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이 근거로 한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통신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법의 취지와는 다르게 수사기관의 수사 편의를 위해 개인의 사생활영역을 보호하는 기본권들을 과도하게 침해할 위험성이 높다는 비판(특히 이번 국정원이 김 교사에게 적용한 통신제한조치와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은 기본권 침해가 심각한 항목으로 지적되어 왔고, 그만큼 악용된 사례도 많았던 조항이다)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법이다. 그럼에도 국가정보원의 김 교사에 대한 광범위한 감청 및 검열은 통신비밀보호법을 과도하게 적용한 것으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비밀을 침해한 반인권적인 행위이다.

4. 특히 <유선전화 및 휴대전화 국제 국내 발신 내역 및 역발신 내역>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이 2005년 9월부터 2006년까지 진행되었고, <유선 및 휴대전화의 감청 및 착발신 추적>, <휴대전화 음성사서함 청취 및 문자메세지 열람, 실시간 기지국 사용현황 및 통화 내역 조회>, <E-mail 주소에 대한 착발신 내용 감청 및 출력/인도, 착발신지 추적, IP 로그기록, 메일 보관함 내 내용 열람>, <수발신 우편물에 대한 검열 및 복사 인도>는 2006년 9월부터 2007년 5월까지 8개월 동안이나 진행되었다. 국가정보원이 김 교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꿰뚫고 있었던 것으로 김 교사에 대한 무리한 구속에 이어 ‘수사’를 명목으로 인권침해 우려가 많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악용한 반인권적인 행위이다.

5.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상 통신제한 조치가 보충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하고 국민의 통신비밀에 대한 침해가 최소한에 그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최소 침해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 또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 한해 4개월, 연장해서 8개월’까지 통신제한 조치를 할 수 있지만(통신비밀보호법 제7조 제2항), 김 교사의 혐의가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로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김 교사의 혐의를 ‘국가안전보장에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로 해석했다면, 이는 국정원의 자의적인 법해석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우리나라의 국가안전보장이 범죄혐의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개인의 단편적인 행위에도 쉽게 동요될 정도로 취약하다는 주장으로 볼 수밖에 없다.

6. 국가보안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등 인간의 기초적 자유를 침해하는 악법이다. 이 때문에 UN과 국제인권단체 등은 한국 정부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지속적으로 촉구해 왔고, 국가인권위원회도 2004. 8. 28.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결정을 내렸다. 개인의 사생활영역을 과도하게 침탈한 국정원, 국정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법원에 통신제한조치 허가를 청구한 검찰, 검찰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여 통신제한조치를 허가한 법원에 의해서 김 교사의 인권은 유린당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유린당하고 있다. 우리는 김 교사에 대한 과도한 인권제한조치를 속히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2008.03.17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대표:문규현․김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