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경찰의 과도한 집시법 적용을 우려한다.

1. 전주완산경찰서는 3월 2일 집회 도중 폴리스라인을 벗어나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로 김모씨(52) 등 3명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999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폴리스 라인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이후 실질적 사법처리는 도내에서 처음이라고 밝히면서, 경찰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불법집회와 시위에 대해 공권력 확립 차원에서 사법처리를 하는 등 엄단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경찰의 직무집행은 권한남용 및 집시법에 대한 과도한 적용이며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인권침해라고 판단한다.

2.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국가에서 국민의 의사표현과 여론형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국민의 기본권이며 인권이다. 따라서 집시법은 국민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법률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집시법 제6조 이하에서 옥외집회․신고에 대하여 신고제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계의 통설이 긴급집회나 우발적 집회의 경우 사전신고제가 그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는 것도 바로 집시법의 기본성격에 대한 위와 같은 이해에 터잡고 있다. 집회는 원칙적으로 평화적 집회이어야 하고, 집회주최자는 집회과정에서 집시법이 요구하는 질서유지인을 두고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하면 된다. 만약 신고한 내용과 다르게 집회가 진행된다면 경찰관서가 집회과정에서 주최 측과 협의하고 이에 대한 다툼이 발생하면 집회 이후에 출석요구서를 보내 조사를 진행하면 된다. 그리고 위법한 행위가 발생하면 위법사유에 대해 경고를 하고 법적 제재를 가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사건은 논란의 여지가 많을 뿐더러 집시법이 규정하는 절차가 생략(省略)된 과도한 직무집행이라고 본다.  

3. 이번 폴리스라인과 관련한 논쟁은 집시법의 취지에 맞게 조사하면 된다. 그런데 경찰은 이례적으로 전북도청에서 진행된 집회의 가담자에 대해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언론에 "도내최초 폴리스라인 침범시위자 사법처리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폴리스 라인의 개념에 대한 그릇된 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경찰이 입건․조사해서 만약 범죄행위를 구성하면 검찰의 기소절차를 거쳐 재판에 회부하면 된다. 그러나 경찰은 너무나 빠르게 권한도 없는 사법(司法)처리방침을 언론에 홍보하였다. 경찰이 언제 사법부로 변신했단 말인가? 국민은 범죄를 저지르면 조사를 받고 기소가 되어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밟게 되며 형(刑)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추정(無罪推定)의 원칙이 적용된다. 때문에 이번 경찰의 절차는 형사절차(수사․기소․재판)를 무시한 것이다.

4. 또한 이것은 집시법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다. 이번 폴리스라인을 넘은 행위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폴리스라인은 집회 참가자를 보호하는 것이 1차적 목적이므로 집회과정에서 폴리스 라인을 넘는 행위가 발생했다면, 그것이 집회의 정당한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설사 집회의 정당한 목적과 부분적으로는 관련되고 부분적으로는 관련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법적 제재는 신중해야 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행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은 건설폐기물 설치에 대한 의견을 해당 임실주민들이 전라북도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이를 불법적 집회로 단정하는 것은 집시법의 제재규정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다. 이를 이유로 해당 주민들을 사법처리하겠다면 그 발상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에 즈음해서 강력한 경찰력의 본보기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 라는 의심이다.

5. 현행 집시법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허가제는 금지되어 있는데도 신고제가 허가제처럼 운용되고, 경찰력에 의한 현실적 제약도 너무 많다. 때문에 우리는 여러 번에 걸쳐 국제연합 인권규약의 수준에 맞는 집시법의 개정을 요구했었다. 세계적인 추세의 인권신장은 각국 정부에 󰡒의심스러울 때에는 자유에 유리하게󰡓(in dubio pro libertas)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실용의 가치는 집시법에 대한 과도한 해석․집행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세계적인 수준에 맞춘 인권목록의 재정비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작금의 사태처럼 경찰이 집시법을 적용한다면 집시법의 기본목적은 사라지고 평화적 집회정착은 요원해질지도 모른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의 현장에서 절규하는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경찰 존립의 정당성의 토대는 바로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8.03.03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대표:문규현․김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