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정부는 재발방지대책을 제시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전면 합법화하라!


오늘(2월 11일)은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10명의 이주노동자가 생명을 잃고 17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비극을 초래한 지 1주기가 되는 날이다. 정부가 관리하고 운영하는 시설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하여 스프링클러 작동은커녕 초보적인 인명대피 활동마저 이루어지지 않아 대형참사가 발생했던 것이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의 근본 원인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부의 비인간적인 처우와 관리에서 비롯된 것이며, 또한 추방 대상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정부 운영 시설이 사실상 감옥과 같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보호소가 이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에만 기능을 다해온 것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만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범죄인 취급을 해온 정부가 무자비한 단속과 강제추방의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의 안전은 외면한 채 폐쇄적이고 반 인권적으로 행정집행을 해왔던 것이다. 이 화재로 인해 임금을 받지 못해 11개월간이나 보호소에 갇혀있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노동자가 생명을 잃기도 하였다. 인권피해자가 감옥생활까지 해야 하는 이주노동자의 처지를 이 사건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우리는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될 때까지 사건 당시 입은 부상을 치료중인 이들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지원도 하지 않아 왔음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정부가 유가족과 부상자들에 대해 보상합의를 할 당시 부상자들에게 치료비 전액을 지급하겠다는 서면합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와서야 치료비를 해당 병원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는 것은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제대로 된 개선책이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참사 이후 법무부가 각 외국인보호소에 대해 소방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불연 내장재를 시설에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 외에 수용자들에 대한 정기적 운동시간 제공, 일반 주거시설에 준하는 시설 지원, 인권상담 기능 지원, 인도주의적 행정편의 지원 등은 거의 이루어진 것이 없다. 과거와 같은 감옥시설, 과거와 같은 통제기능, 과거와 같은 비인간적인 감시시스템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 시설 보완과 감시인력 소폭 증가가 변화의 전부일 뿐이다. 외국인보호소 내에서 귀국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건강증진 프로그램, 자국어 사용을 통해 고국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계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인간사냥의 대상이 되어 목숨을 건 숨바꼭질을 하고 있으며, 비극적인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해 11월에는 경기도 발안에서 발생한 단속과정에서 중국인 2명이 건물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으며, 금년 1월 15일에는 중국동포 권봉옥씨(50, 여)가 종로구의 한 모텔 8층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는 등 단속 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재외동포에 대해 자유왕래를 허용해야 할 재외동포법이 법무부의 직무유기로 인해 시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중국동포들이 수갑을 찬 채 추방당하거나 생명마저 잃는 일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또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합법화 방안은 정부 부처 간 힘겨루기 속에서 사실상 흐지부지되고 있다.



우리는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주기를 맞이하여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참사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다음과 같은 성의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우선, 화재참사 당시 부상을 입은 이들에 대해 애초의 보상합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재발방지대책을 실질적으로 마련하여 보호소의 시설 및 운영에 대하여 획기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재외동포법 시행을 통해 중국동포들에게 가하는 야만적인 정책을 개선해야 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합법화조치를 통해 이들이 한국경제에 당당하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안이한 자세로 이주노동자들을 대할 때 비극적인 참사는 또 다시 발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디 1년 전 참화로 생명을 잃은 분들이 저세상에서나마 차별과 인권침해가 없이 영원한 평화를 누리시기를 바라며, 앞으로 이 땅의 인권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아 잘못된 정부의 정책에 대해 더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을 다짐하는 바이다.


<우리의 요구>


1. 정부는 반인권적인 외국인보호소 시설과 운영을 즉각 개선하라!

1. 정부는 재외동포법을 조속히 시행하고, 동포의 자유왕래를 보장하라!

1.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전면 합법화하라!


2008년 2월 11일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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