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의 강화된 집회∙시위 통제 방침을 비판한다
-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직 인수위에게 민주적 여론수렴을 요구하며
1월 14일 경찰청은 강화된 집회/시위 통제 방침을 밝혔다. 이른바 ‘대치 중심’에서 ‘검거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집회/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을 전경버스와 무장병력으로 포위/고립시켜 통제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별도의 체포조를 공격적으로 운영하여 경찰의 통제를 벗어나는 참가자들을 전원 체포하겠다는 것이다. 시위 현장에서 전기충격총이나 최루액 등 더욱 강화된 진압 장비를 사용하겠다고도 한다. 경찰청은 이러한 방침을 집회시위대응매뉴얼로 만들어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강행할 태세다.
사실 이런 방침이 놀라울 것은 없다. 지난 10년 두 번의 신자유주의 정권 아래서, 경찰은 겉으로는 평화 집회를 보장하겠다고 말하면서도 뒤에선 꾸준히 집회/시위에 대한 통제 강화 방안을 강구해왔으며, 조금씩 관철시켜 왔기 때문이다. 경찰주도로 이루어진 집시법 개악을 시작으로, 핵폐기장 강행, 쌀개방 강행, 평택미군기지 확장 강행, 한미FTA 강행 등 민중적 저항이 거세질 때마다 경찰계엄과 헌법상 기본권이 제약되는 사태가 반복되며 집회 시위에 대한 폭력적 진압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노동자와 농민이 세 명이나 진압경찰에게 살해당했다.
이번에 경찰청이 밝힌 방안들도 사실 공공연하게 하지만 않았을 뿐, 현 정부에서도 종종 실행된 일이다. 집회/시위 현장에 체포조를 투입하거나, 집회에 참가한 시민이나 파업 노동자에게 전기충격총을 사용하는 등의 일은 종종 발생했었다. 다만 우리는 경찰이 이러한 공격적 대응을 이제 더욱 공공연하고 노골적으로 하겠다고 천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그 배경에는 집회/시위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는 이명박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의 의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명박 정권이 이렇게 집회/시위에 대해 더욱 공격적인 대응을 하려는 이유는 명확하다. 당선자와 인수위는 대운하 건설이나 교육사유화, 금산분리제도 완화 등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강화하고 대다수 서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정책들을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반인권적 정책들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기 위해선, 반대 목소리를 입막고 반발과 저항을 억누를 물리적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권 출범 전부터 인수위가 언론통제추문에 휩싸이고, 경찰청이 공격적 시위 대응 방침을 밝히는 이유를 우리는 달리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인권단체연석회의 경찰폭력대응팀은 경찰청의 집회/시위 통제 강화 방침을 강하게 비판한다. 또한 당선자와 인수위에겐 사회적 약자들의 집회/시위에 엄정한 대처만을 강조하는 독선적인 자세를 버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명박 정권과 경찰의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며, 집회/시위 현장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필요하면 불복종운동으로 저항해 나갈 것을 밝힌다.
2008. 1. 16
인권단체연석회의 경찰폭력대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