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공동성명]

일본은 일본 입국 외국인에 대한 지문채취계획을 당장 철회하라!
한국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예상되는 상황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책은 무엇인가?


오는 11월부터, 16세 이상의 외국인들은 일본에 입국할 때 지문 채취에 응해야 한다. 이는 일본 정부의 '테러를 미리 막기 위한 행동계획'에 근거해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출입국관리·난민법 개정안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실제 채취한 입국 외국인의 지문은 당국이 보관해, 테러방지 목적 외에도 일본 체류 관리와 범죄 수사에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에 대한 지문채취는 인권침해 논란으로 이미 폐지된 제도이다. 일본은 자국민에 대해서는 범죄자에 한정해서 지문채취를 허용하고 있다.


지문을 비롯한 생체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일신전속성, 영속성, 불변성 등을 특성으로 하는 매우 민감한 정보로서 함부로 채취하거나 이용해서는 안 된다. 생체정보가 한번이라도 유출된다면, 개인은 평생을 신분위조의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일본 변호사연합회도, 외국인에 대한 지문채취가 일본의 헌법에 위배됨을 지적하고 있다. 지금 일본은 헌법을 위반하면서 외국인을 감시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지문을 채취하는 것은, 외국인을 테러리스트나 범죄자로 상정해놓고 검사를 해보겠다는 것인데, 이는 국제인권규범이 옹호해왔던 무죄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나아가 개인의 '신체일부'를 강제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것이며, 개인프라이버시의 심각한 훼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여행자 중 테러리스트를 색출해내겠다는 것은 외국인 테러리스트에 대한 지문DB를 일본이 구축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이것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사법기관으로부터 범죄기록 등을 넘겨받아 이를 토대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의 범죄기록이 일본에서의 입국거부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NEIS 사건 등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기본권의 하나로 명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에 의하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즉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말한다.


그렇지만, 일본입국시 행해질 지문채취는 외국을 여행하는 개인에게 강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며, 어떤 형태로, 얼마동안 저장되며,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 전혀 정보주체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정보주체가 수정·삭제를 요청할 방법도 전혀 없다. 정확안 용도도, 범위도 알 수 없는 거대한 시스템 속으로 지문을 제출해놓고, 그것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대책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중국에서 한국의 주민등록번호가 거래되는 것처럼, 일본에서 한국인들의 지문이 거래되는 것을 상상해야 되는 것인가


한국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한해 일본에 입국하는 700만 명의 외국인 중 200만 명은 한국인이다. 이번 제도의 도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이 제도는 양국의 헌법을 위반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가? 한국도 외국인에 대한 지문채취를 실시함으로서 똑같은 인권침해로 차별을 시정하겠다는 대답만은 하지 않길 바란다.


일본은 물론, 한국도 스스로 다양한 감시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비자협정을 빌미로 도입되는 생체여권(전자여권), 버스와 길거리에 설치되고 있는 CCTV, 자동차에 부착하는 전자태그, 사법기록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행정부처간 공유 등 개인의 삶을 기록하고 추적하는 다양한 기술과 제도들이 시작되고 있다. 인권과 프라이버시가 있어야할 자리에 감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개인을 감시하고 관리하려는 국가와 국가들의 시도를 그냥 두고 보진 않을 것이다. 인간에게 '관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마라!



2007. 9. 6

인권단체 연석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