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인민혁명당재건위”․“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사건
재심 무죄판결은 곧 유신정권에 대한 유죄판결이다.
2007년 1월 23일은 대한민국 사법정의가 되살아 난 날이다. 지난 1975년 북한의 지령으로 국가전복을 도모했다는 이유로 사형선고를 받고, 스무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가신 서도원, 도예종, 우홍선, 이수병, 송상진, 하재완, 김용원, 여정남 등 여덟 분 선생에 대한 재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것은, 바로 유신정권에 대한 유죄 선고된 것이다. 오로지 자신의 정권을 연장시키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던 박정희 정권이 저지른 용서받지 못할 이 범죄의 진실이 32년만에라도, 사법부에 의해 밝혀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 32년간 유족들을 전 국민을 향해 억울함을 호소했고, 힘을 모아달라고 목 놓아 울었다. 차가운 거리에서, 국회앞에서, 국정원 앞에서 노구를 이끌며 ‘투사’로 살아온 유족들과 관련자 선생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동안 그들이 겪은 고통은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을 것이며,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의 호소를 외면해 왔던 우리 사회 모두가,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또, 당시 이 참혹한 범죄에 가담했던 이들의 참회가 있어야 할 것이고, 국가차원의 사죄와 마땅한 보상이 따라야 할 것이다. 국가공권력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철저하게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이 사건은 우리 어두운 역사의 증거이다.
오늘의 무죄 선고로 지난 30년간 유족들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한이 조금이나마 풀렸기를 바란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정작 무죄선고에 가장 기뻐해야할 당사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한번 끊어진 생명은 다시 되살릴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박정희 유신정권과 그 하수인이었던 사법부가 저지른 이 범죄는 더욱 끔찍한 것이다. 이 사건을 통해 사형이 얼마나 지독한 사법살인 인지, 왜 이 제도가 없어져야하는지를 온 국민이 가슴으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군사독재정권시절의 과거사청산 작업은 아직도 갈길이 멀다. ‘진실과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통해 진실이 밝혀진 사건들도 있고, 이미 법원에 재심이 청구된 사건들도 많다. 이 모든 조작사건들의 진실이 밝혀지고, 법원이 재심을 통해 역사의 잘못을 바로잡을 때, 진정한 민주주의, 우리가 바라는 인권세상이 오게 되는 것이다.
오늘의 무죄판결에만 만족할 수는 없다. 다시는 이런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법과 제도를 시급히 정비해야한다. 국가공권력이 저지른 반인도적인 범죄들에 대한 시효배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시대의 악법 국가보안법과 사형제도가 폐지되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정권창출에만 혈안을 올릴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한 일에 적극 나설 것을 진심으로 촉구한다.
2007년 1월 23일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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