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노무현 정권과 경찰은 독재정권으로 회귀하는가!
11월 24일 정부가 '불법폭력시위 불관용원칙'을 발표한 이후, 노동자 농민의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은 11월 22일 민중총궐기 집회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부각하며, 집회관련자 170여명에게 소환장을 발부했고 24일에는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사회단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대대적으로 강행했다. 경찰과 정부는 준법을 준엄하게 외치면서 불법시위에 대한 사후조처라고 변명하지만, 숨은 의도는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운동을 포함한 노동자 민중의 저항에 대한 탄압에 불과하다. 정부 스스로 담화문을 통해 "한미자유무역협정 반대집회나 노동자 총파업등을 철회해달라"로 주문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심증을 더욱 굳히게 한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투쟁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과거 독재시절의 공안탄압을 연상케 한다. 11월 29일 경찰은 신고된 집회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의 이동을 가로막고 집회를 위한 기자재의 출입을 차단했다. 새벽부터 주요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중심으로 전국 1252곳에 전의경 382개 부대와 경찰관 13,555명을 배치해 집회참가를 위해 상경하려던 농민들의 차량을 차단하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역에서 전철을 타기 위해 이동 중이던 시민을 불법집회참가자의 혐의를 두고 강제 연행하는 일도 일어났다. 집회일 2-3일 전부터 농민회간부들을 미행감시하고, 집회당일에는 농민회 간부들을 감금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노동자들은 회사 정문 앞에서부터 전경들에게 가로막혀 대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11월 29일 경찰은 이 나라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집회의 자유, 이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싸그리 뭉게버렸다.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적 저항에 대한 경찰의 공격, 그리고 그 생존권을 표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인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공격은 노무현 정부가 집권한 이래 체계적으로 진행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초기 탄핵정국에서 자신을 구하고 열린우리당에 과반수의석을 선사했던 탄핵반대 촛불시위가 중학생 장갑차 압사사건에 대한 항의시위로 번져나가자, 집시법 개악을 통해 노동자 농민의 정치적 권리를 제한했다. 노무현 정부는 개악 집시법도 모자라 올해에는 이른바 '평화적집회시위문화정착 민관공동위원회'라는 것을 만들어, 경찰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련의 정책을 제도화하고 있다. 그리고는 이제 집회시위의 자유를 교통 불편 보다도 못한 하찮은 권리인 것으로 격하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와 군사주의 때문에 야기되는 시민들의 불편과 불만에는 두 눈 두 귀를 꼭꼭 닫고, 생존권파괴를 염려하는 시민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사회불안세력이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킨다고 침소봉대한다.
노무현 정부는 집회시위의 자유와 같은 시민의 정치적 권리를 공격하면서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제어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생존권적 저항이 자신들이 정해놓은 틀을 벗어나는 순간 과감하게 물리력을 동원해서 생존권적 저항을 제압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정부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한미자유무역협정, 전략적 유연성과 평택미군기지확장, 비정규직 로드맵에 반대하는 시민들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경찰의 살인적인 폭력을 선사한다. 대구와 포항의 건설노동자들에 대해, 그리고 평택의 주민들에 대해, 또 지금은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노동자 농민들을 향해 경찰의 곤봉과 방패는 날이 설대로 서있다. 심지어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게다가 신고된 집회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는 노동자 농민이 속출하고 있으니 과연 이걸 두고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시민들의 저항에 대해 서슬퍼런 공안탄압의 칼날을 드리웠던 독재정권과 노무현정부의 행태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노동자 민중이 집회와 시위를 벌이는 것은 현실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현실에 문제가 있을 때 집회와 시위 같은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저항해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으라고 만들어 논 것이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다. 노동자 민중은 정부가 추진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저항하고 있다.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위해 민중의 생존권을 팔아먹지 말라고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한반도를 전쟁기지로 만들려는 정부정책 때문에 시민의 평화적 생존권이 흔들리고 있으니 전략적 유연성과 평택전쟁기지건설을 중단하라고 집회를 여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의 유연화정책이 이 땅 모든 노동자들의 삶을 파탄 낼 것이 분명하므로 비정규노동법 개악에 반대했던 것이다. 정부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누구나에게 보장되어야 할 이런 기본권적 요구들을 집회시위라는 기본권을 행사해 표출하는 것이 그렇게도 두렵단 말인가! 과거 군사독재처럼 민중의 목소리에 눈감은 채 폭력으로 유지되는 정권으로 진정 회귀하려 하는가!
오늘 또다시 정부의 신자유주의와 군사주의에 항의하는 노동자 농민의 집단행동이 시작된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오늘과 같은 날이야말로 이 나라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온갖 정치적 권리가 만발할 수 있는 날이오, 집회와 시위를 통해 분출되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열기가 이 겨울 딱딱하게 굳어버린 인간의 권리를 우리 사회에 흘러 넘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믿는다. 만약 경찰과 정부가 악법을 동원해 집회와 시위를 원천봉쇄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이 나라 시민들에게 보장된 온갖 정치적 권리에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이오, 그럼으로써 정부의 존립근거를 스스로 부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는 판단한다. 폭력으로 유지되었던 정권이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곤 거대한 민중의 저항밖에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경찰은 더 이상 신자유주의 국가폭력의 주구이기를 멈추라!
2006년 12월 6일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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