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공동성명>
국가인권위원회의 근본적인 내부혁신을 강력히 촉구한다.
- 최근 국가인권위 사태와 관련한 인권단체들의 입장

10월 2일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의 사표가 최종 수리되었다. 이번 조영황 위원장의 중도 사퇴를 바라보는 인권단체들은 착잡하고 개탄스런 심정을 감출 수 없다. 인권단체들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인권적 마인드를 겸허히 갖추려고 노력했던 조영황 전 국가인권위원장의 돌연한 사퇴를 불러온 배경에 대해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분명한 해명이나 수습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위원들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인터뷰 등을 통해 의혹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위기를 스스로 키워 왔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위원회 존립 근거인 ‘국민적 신뢰와 권위의 상실’로 이어질 위기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들은 이런 사태에 대한 책임지는 자세를 찾아보기 어렵다. 위원장이 중도 사퇴하는 상황에서도 그 원인을 국민에게 밝히지 않고 덮어버리려는 시도는 인권과 민주의 국가기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은 알권리가 있고 공무 담임할 권리가 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국민을 알 필요가 있고 알고 싶어 하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국민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고위 공직자라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행정지상주의 관료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태에서 일부 인권위원들의 오만이 극에 달한 것이라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우리 인권단체는 그간 국가인권위원회 내부 혁신을 누차 강조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치적·타협적 결정, 피해자나 진정인의 입장에 서지 않는 진정 조사, 처리 과정 등 위원회 전반적으로 인권적 감수성과 열의를 상실한 데 대해 계속해서 애정 어린 질책과 자체적인 변화를 요구해왔다.

우리 인권단체는 이번 사태가 국가인권위 혁신을 위해 국민이 주는 마지막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지금처럼 국가인권위 결정에서 반인권·비인권적 관점이 기준이 되고, 기득권과 법조항만이 기준이 된다면 국가인권위는 우리 사회 인권기준 향상을 위한 선도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이다. 만일 더 이상 기회를 운운한다면 국가인권위와 인권단체 서로가 인권의 이름으로 부패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고통스런 자백을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혁신과 단결을 위해서는 일부 책임질 위치에 있는 인권위원들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우리는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은 이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상황에서 요구되는 통합과 단결 그리고 근본적인 혁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보며, 이는 투철한 인권감수성을 갖고 인권현장에서 활동하고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서 기여한 외부 인사가 되는 전제 위에서만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이것은 인권단체 등과의 비판적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때 가능하며 인권단체는 언제나 그런 입장을 견지해 왔음을 거듭 확인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어느 기관보다 국민 가까이서, 억울하고 약한 국민의 벗으로 국민 속에 뿌리내려야 하는 기관이다. 그러므로 위원회를 위태롭게 하거나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운영을 불안하게 하는 어떠한 요인도 용납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다시 한 번 인권위원들의 책임 있는 입장표명을 강력히 촉구한다. 그리고 이를 마지막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위원회로 거듭나기를 간곡하고도 엄중하게 촉구한다.


2006년 10월 4일
HIV/AIDS인권모임 나누리+, 다산인권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빈곤과차별에저항하는인권운동연대, 새사회연대,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울산인권운동연대, 이주노동자인권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와인권 발바닥행동,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인권연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18개 인권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