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연석회의 성명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본연의 자세로 인권의 보호를 위해 진력하여야 한다
- 국가인권위원회 존립을 부정하는 반인권세력들의 발호를 경계하며

조영황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9월 25일 돌연 사퇴를 한 배경을 둘러싸고 일부 언론을 비롯한 반인권 세력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탄생을 위해,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의 보호와 증진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기구로 서도록 견인해온 인권단체들로서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언론들은 금번 국가인권위원장의 사퇴의 배경으로 근거도 없이 보혁 노선 갈등을 제기하고, "좌파 사회평론가들의 놀이터" 밖에 되지 않는 국가인권위원회는 문 닫을 때가 되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근거에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 표명이나 헌재와 법원의 결정, 판결과는 다른 방향의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 표명 등을 근거한 것이다. 또 민주화 시대 이행기의 과도기적 기구로 국가인권위원회를 잘못 해석하면서 이제 민주화되었으므로 이 기구의 존립 자체를 부정한다. 그렇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적 원칙과 입장에서 제기하는 문제가 수구적인 자신들의 입장과는 상반되기 때문이며, 나아가 북한 인권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자신들의 의도에 충분히 조응하지 않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수십  조 원의 국방비는 탓하지 않고, 4천만 명이 넘는 국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1년에 200억 원을 사용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예산조차 아깝다고 하니 해도 사회적 약자를 비롯해 지금도 눈물 흘리는 인권피해자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와 같은 수구언론들을 비롯한 일부 세력들의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인식의 천박함, 인권에 대한 몰이해에 대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행정, 사법, 입법 등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국가가 국제인권조약의 국내적 실행을 강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국가기관들을 감시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자신의 주된 임무로 삼는다. 그러기 때문에 정부나 국회나 사법부가 내리는 정책과는 상반될 수 있는 것임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근거가 되는 '파리원칙' 등에서 국제사회가 합의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인데 이런 국제사회의 합의조차 무시하겠다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선진국들은 과도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국가기구들로서는 인권의 보호와 증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독립적인 국가인권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 것이고, 다만 각 국가의 실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의 형태와 내용이 다른 것뿐이다.

앞서의 주장을 펴온 일부 언론들과 세력들은 지금까지 인권의 보호와 증진보다는 인권가해자들의 편에 서왔고, 여전히 기득권 세력의 입장에서 그것도 냉전적인 입장에 입각하여 우리 사회를 편향적으로 재단해 왔음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들에게는 반공주의와 시장주의 질서의 유지, 강화가 자신들의 이해에 맞는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눈물 흘리는 국민들의 입장에는 결코 단 한 번도 서 본 적이 없었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오히려 국가인권위원회가, 오로지 인권의 입장과 원칙에 입각하여, 주저하지 않고 분명한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약체 위원회로 자리 매김하여 온 점을 비판해 왔다. 또 신속한 인권침해 구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여 인권피해를 입고 마지막 기대를 갖고 진정을 제기하였던 인권피해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음을 지적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진정으로 눈물 흘리는 인권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인권위원회로 바로 서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내부 개혁과 쇄신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국가인권위원회로 서야 한다.

우리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들의 반인권적인 발언을 묵인할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오로지 기득권 세력의 입장을 대변해온 자신들의 행적부터 반성해야 한다. 생존권적인 위기에 놓인 노동자와 농민 등 수많은 민중들의 아픔과 심지어는 경찰에 의해 맞아 죽기까지 하는 일에 대해, 한반도 평화의 위협에 맞서 싸우는 평택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자본과 미국의 입장만을 대변하지 말고, 진정 국민들이 당하는 인권피해의 현장부터 살피도록 해야 한다. 반인권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국가인권위원회를 폄훼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2006년 10월 2일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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