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행진이 죄라면 우리 모두를 구속하라!
우리는 또다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누를 수 없어 이 자리에 모였다. 지난 7월 9일 새벽 대추리 도두리로 향하는 우리의 평화로운 발걸음에 경찰은 사냥감을 포획하듯이 잡아 가둬 무려 45명이 연행되었다. 집단구타와 무차별 가격, 성희롱과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으며 평화행진단 반 이상을 연행해 갔다.
9일 새벽 경찰은 항의집회를 신고하지 않은 불법이라고 강제해산 하겠다고 협박했지만 이는 ‘긴급집회’라는 방식으로 대법원의 판례로도 증명되었다. 사전에 준비한 집회만을 합법이라고 한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항의행동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이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명백히 제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연행한 45명 중 박래군 단장을 비롯한 김덕진, 이용석 세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19명이 불구속하고 20명을 즉결에 넘겼다. 경찰이 보는 앞에서 행진단을 향해 명백한 테러를 저지르는 상인폭력배들에게는 아무런 법적 조치가 없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으로 평화행진단에게 구속을 청구하고 있다.
검찰은 도대체 무엇이 무서워서 경찰의 불법적인 집행을 싸고도는 것인가!
우리는 평택의 평화를 위해 285리의 평화로운 발걸음을 걸어 평화의 씨앗을 뿌렸다. 그 긴 길을 가는 동안 어떠한 폭력도 행사하지 않았고 시민들에게 우리의 주장을 평화적으로 알렸을 뿐이다. 그리고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이 부당한 공무집행에 의해 자기집에도 못들어가는 것에 대해 ‘항의 행동’을 했다. 이는 헌법과 국제인권기준이 보장하고 있는 우리의 권리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경찰은 적을 포획하듯이 잡아가더니 검찰은 평화행진단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탄압으로 맞장구 치고 있다.
구속청구된 평화행진단원들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 등 구속 요건에 전혀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구속하려는 것은 ‘평화’를 구속하려는 것에 다름아니다.
검찰은 285리의 걸음으로 평화의 씨앗을 뿌린 우리의 행동이 사회를 위협하고 불법을 자행한 것이라 정녕 증명할 수 있다면 차라리 우리 모두를 구속하라!
검찰은 부당한 구속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평화행진단에게 폭력을 가한 경찰관들을 색출해 그 죄를 물어야 한다. 더불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서라기보다 조직폭력배 아지터와 같은 평택경찰서장은 즉각 파면되고, 처벌받아야 한다.
또한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은 물론 평화행진단을 위협하고 테러한 폭력배들을 즉시 처벌해야 한다. 현행범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수방관하고 묵인한 것은 오히려 폭력을 사주하는 것이다. 만약 검찰이 이들에게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는 ‘폭력배’들을 동원해 정부 정책을 밀고 나가려는 처사에 다름없다. 평화행진을 야만으로 할퀸 그 모든 평화의 적은 반드시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받아야 한다.
철조망에 둘러쌓인 황새울에서 생명은 여전히 자라고 있고, 그 땅에서 수확한 열매는 우리의 밥상을 살찌우고 있다. 황새울 들녘에 생명이 익어가듯이 평화를 만들어 가는 평화일꾼들은 점점 더 큰 힘으로 뭉치고 있다. 우리는 대추리 도두리에 둘러쳐진 반 평화의 장벽을 모두 거둬내고 반드시 평화의 길을 만들 것이다.
2006. 7. 11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한미 FTA 반대를 위한 285리 평화행진 “평화야, 걷자!” 행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