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수사기록 공개 거부를 규탄한다!


  서울중앙지검은 6월 17일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수사기록 등사 요청에 대해 “이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해서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이기 때문에 수사 당사자인 검찰이나 경찰이 재조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지난 4월 취임과정에서 “잘못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하였으며, 검찰권의 남용 방지와 그 핵심으로 ‘인권 존중의 선진 검찰’을 복무지침으로 선언하였다. 이러한 김종빈 검찰총장 체제에서 ‘유서대필 조작사건’ 관련 검사들이 승진하는 역사에 대한 배신행위가 자행되고, 과거청산에 대한 검찰의 잣대를 여실히 보여준 수사기록 공개 거부 행태를 접하면서, 우리는 검찰 개혁, 과거사 진상규명 의지가 과연 검찰에게 있기나 한 것인지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1991년 4월 대학생 강경대군이 공권력에 의해 타살된 후 조성된 정치적 위기상황 하에서 공안당국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검찰을 주역으로 내세워 조작한 대표적 공안사건임이 이미 주요 방송사 보도를 통해 확인되었다.

  우리는 검찰의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수사기록 공개 거부를 과거사의 올바른 청산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한 방해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아래와 같이 엄중히 요구한다.

  첫째, 검찰은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수사기록 공개 거부 결정을 당장 취소하고, 수사기록 공개는 물론 사건 당시 검찰 내부 의견 조율 과정 및 관계기관대책회의에서의 협의 내용을 낱낱이 공개하라!
  둘째, 검찰 및 법무부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을 비롯한 검찰력의 남용으로 자행했던 과거 범죄행위의 진실규명을 위해 양심적 인사가 참여하고 실제적인 조사권한을 갖는 과거사 청산기구를 하루빨리 구성하고 스스로 자기 고백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진상규명 작업을 수사권을 둘러싼 힘겨루기, 검찰과 경찰의 조직 이기주의의 한 방편으로 전락시키려는 행위를 우려하며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경찰청과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역시 91년 당시 경찰청 산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서분석실의 필적감정 소견이 변경된 이유, 검찰의 문서분석실에 대한 압력 및 요청 내용, 수차례에 걸쳐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었던 문서분석실장 김형영씨 수사과정에서의 검찰의 지휘 내용 및 수사 축소 압력 행위에 대해 스스로 만천하에 자기 고백할 것을 요구한다.

  지난 5월 3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과거사법은 진실규명의 범위에서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은 제외”하며 다만 과거사위원회가 “재심사유에 해당하며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등의 독소조항들이 담긴 누더기법이 되어 국회를 통과했다. 따라서 재심사유에 해당하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어 과거사위가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지 않는 한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과거사위의 조사대상에도 오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는 여·야 국회의원 113명이 공동선언을 통해 밝혔듯이 1990년대 대표적인 ‘반인권ㆍ반인륜적 국가범죄행위’인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의 조사여부는 과거사법의 시금석이다.
  우리는 명백한 조작사건임이 이미 드러난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조차 재조사할 수 없다면 과거사법은 당장 용도 폐기되어야 하며 과거사법은 올바르고 새롭게 개정되어야 할 것임을 다시 한번 선언한다.


2005년 6월 18일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